‘악연’ 이준석·안철수 뭉쳤다…‘딥페이크 선거캠프법’ 뭐길래

류효림 2026. 6. 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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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에서 인기를 끌었던 'AI 윤석열'. 인터넷 캡처

개혁신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딥페이크(인공지능 기술로 만든 가짜 사진이나 동영상)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으로 발의해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가짜뉴스 경계령이 커지는 상황에서 누구든 선거운동을 위해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유포할 수 있게 하되, 가상정보임을 표기하도록 하는 법제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정치 신인들을 중심으로는 ‘저비용·고효율’ 선거캠프 운영 실현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 8일 발의된 개정안에는 대표발의자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비롯해 천하람·이주영 개혁신당 의원과 국민의힘 전현직 지도부가 이름을 올렸다. 송언석 전 원내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비서실장인 박준태 의원, 김승수 원내수석 등이 법안 취지에 동의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준석 대표와 악연이 있는 안철수 의원도 법안 발의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과정에서 최고위원 지명 문제로 대립했는데, 안 의원 측은 통화에서 “법안 취지에 충분히 공감해 함께 발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딥페이크는 규제의 영역에 갇혀있었다. 20대 대선에서 이준석표 ‘AI 윤석열’이 인기를 끌었지만,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 ‘가짜 윤석열’을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당시 박영일 국민의힘 남해군수 후보는 AI 윤석열이 자신의 공약을 지지하는 듯한 영상을 제작·유포해 상대 후보인 장충남 민주당 남해군수 후보로부터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당했다. 2023년 12월 국회는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 당일까지 선거운동 목적으로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유포·게시할 수 없도록 하는 선거법 개정안(제82조의8)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후에도 딥페이크가 진흙탕 선거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일은 계속됐다. 이번 6·3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박완수 국민의힘 경남지사 후보가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를 비방하는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유포했단 의혹을 받아 경찰의 강제 수사를 받고 있다.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서 낙선한 조국 후보도 선거운동 기간 중 전통시장을 거니는 AI 합성 사진으로 논란이 됐는데, 캠프 측이 “지지자가 만든 것으로 제작 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해명해 추가 논란을 피해갔다.

AI 상용화 시대를 맞아 정치권에서도 딥페이크를 수면 위에서 활용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딥페이크 활용을 차단하는 것은 기술의 발전을 막는 것”이라며 “이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선거운동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정치신인의 진입장벽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지 못할 경우, 법의 빈틈을 활용한 불공정 선거 운동이 횡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딥페이크 영상임을 표기하더라도 유권자들은 이를 기술로 인지하지 못하고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국내 선거 풍토가 혼탁하고 관련 부작용도 심각한 만큼, 딥페이크 활용은 아주 제한적으로 신중히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 측은 “딥페이크 기술이 악용되는 것에 대한 공포로 발의가 늦어졌다”며 “국민 혈세로 충당되는 선거비용을 구조적으로 절감하기 위해서는 여야를 막론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류효림 기자 ryu.hyo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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