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세체정’ 가린다
대전에서 202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개막한다. 여러 포지션에서 쟁쟁한 선수들이 모두 출전해 기대감을 모으지만, 특히나 정글러들의 명성이 화려하다. 대회 개막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LCK 대표 ‘카나비’ 서진혁과 ‘오너’ 문현준을 비롯, 각 지역을 평정한 정글러들이 ‘세체정(세계 최고 정글러)’ 자리를 따내기 위해 마지막 담금질 중이다.

한화생명 ‘카나비’ 서진혁
LPL을 평정하고 지난 연말 LCK로 온 서진혁은 데뷔 첫 시즌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소속팀 한화생명을 정규 시즌 상반기 1위(15승3패)에 올려놨고, 지난 13일 로드 투 MSI 1시드 결정전에서 팀이 T1을 꺾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팀이 LCK컵 최하위에 머물렀던 스플릿 1 동안은 동료들과 게임을 풀어가는 방법이 달라 어려움을 겪었다. LPL과 LCK의 다른 플레이 스타일이 문제였다고 했다. 하지만 정규 시즌 개막 이후부터는 그런 모습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서진혁의 강점은 변칙적인 초반 동선과 과감성이다. 카운터 정글링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규모 난전을 이용해 이득을 보고, 상대 정글러와의 성장 격차를 벌리는 데 능하다. 이번 대회에서도 분명 몇 명의 정글러는 그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TES전에선 정글러가 아닌 미드라이너 ‘크렘’ 린 젠이 더 서진혁의 동선을 주의해야 할 수도 있다. 두 선수는 지난해 한솥밥을 먹었다. 서진혁은 로드 투 MSI 기자회견에서 “작년에 ‘크렘’과 좋은 기억이 많았다.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며 “랭크 게임에서 만날 때마다 갱을 가면 잘 잡히더라. 이번 대회에서도 조심하라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T1 ‘오너’ 문현준
문현준도 T1이 LCK 정규 시즌 상반기를 2위(14승4패)로 마무리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문현준의 강점은 교전 능력이다. 가장 먼저 한타에 진입해 상대의 스킬을 다 받아내고도 갈라진 하늘과 승전보를 이용해 가까스로 생환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신 짜오와 바이, 자르반 4세처럼 AD 브루저 챔피언을 잡았을 때 그의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난다.
업계에서는 그의 유연성과 배우려는 자세를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시즌 중 상대 정글러에게 일격을 맞았을 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보완하는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LoL 월드 챔피언십만큼은 아니지만, MSI 역시 2주 넘게 열리는 긴 호흡의 대회다. 문현준의 경직되지 않은 사고와 메타 적응력이 T1의 강점 중 하나가 될 가능성도 있다.

BLG ‘쉰’ 펑 리쉰
‘쉰’ 또는 ‘슌’으로 불리는 이 선수는 이미 많은 국제대회에 얼굴을 비춰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늘 웃는 얼굴로 팀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는 선수지만 협곡 안에선 정반대다. 상대의 허점만을 노리고 쉴 새 없이 시빗거리를 찾아다닌다. 그는 니달리와 킨드레드를 잘 다루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둘 다 상대 정글러를 괴롭히는 데 특화된 챔피언들이다.
앞서 서진혁은 로드 투 MSI 기자회견에서 “LCK는 정리가 잘 된, 꼼꼼한 느낌의 리그라면 LPL은 돌발 상황과 난전에 강한 리그”라고 말했다. ‘쉰’은 서진혁이 평가한 LPL의 예시로 삼을 만한, 난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글러다.
‘쉰’이 ‘나이트’ 줘 딩과 함께 쓰는 킨갈(킨드레드·갈리오) 콤보는 LCK 팬들에게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BLG가 2024 월즈 8강전에서 한화생명을 탈락시켰던, 결승전에서 T1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조합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판테온, 자르반 4세처럼 AD 브루저 정글러 위주로 픽을 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꺼내도 이상하지 않은 비기다. 또한 “LPL의 오공은 다르다”고 말하는 관계자도 있다. 정말 그렇다. 조심해야 한다.

라이온 ‘인스파이어드’ 카츠페르 스워마
‘인스파이어드’는 ‘얀코스’ 마르친 얀코프스키 이후 서구권에서 나온 최고의 정글러다. LCS에서 월즈 진출을 노리고 ‘윈 나우’ 팀을 꾸린다면 반드시 이 폴란드 출신 정글러부터 영입해야 한다. 과거 플라이퀘스트가 그랬고, 올해 라이온이 그런 것처럼.
‘인스파이어드’는 국제대회에서 실제로 맞서본 선수들의 평가가 놀라울 정도로 좋다. ‘케리아’ 류민석은 해외 리그 소속선수 중 최고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LPL 선수들을 제외한다면 ‘인스파이어드’가 작년까지 부동의 1위였다”고 답했다. 류민석 외에도 MSI나 월즈에서 스크림이나 경기를 통해 맞붙어본 선수들을 하나같이 그를 높게 친다. “‘인스파이어드’는 LCK에서도 통한다”고 평가한 LCK 팀 관계자도 있었다.
‘인스파이어드’는 다재다능한 선수이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무기도 가진 선수다. 그를 상대할 땐 조커 픽을 주의해야 한다. 이미 한화생명과 젠지 팬들은 2024 월즈에서 ‘인스파이어드’가 꺼냈던 누누와 아무무 그리고 피들스틱을 잊지 못할 것이다.
올해는 오른을 2번 꺼냈다. 두 번 다 MSI에 함께 출전하는 팀 리퀴드(TL) 상대로 꺼냈다. TL의 탑라이너가 오른·레넥톤의 달인 ‘모건’ 박루한이어서 그의 원투 펀치 중 하나를 뺏어온 판단일 수도 있다.(박루한은 올해 오른으로 전승 중이다.) 어쨌거나 오른을 4픽으로 골라서 상대방에게 오른 상대로 좋은 탑 챔피언 선택을 유도하고, 탑 5픽으로 재차 카운터를 치는 전략은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한다.

G2 e스포츠 ‘스큐몬드’ 뤼디 세망
‘스큐몬드’는 올해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FST)에서 BNK 피어엑스와 젠지를 상대로 한 연이은 선전을 통해 자신의 주가를 높였다. 복수의 LCK 선수들도 그의 예상 밖 활약을 감명 깊게 봤다고 말했다. 그가 브라질 상파울루에 이어 대전에서도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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