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풍뎅이다!" 한여름 밤 월평공원에 터진 함성
이경호 2026. 6. 20. 13:03
대전환경운동연합 5기 습지학교 네번재 야간곤충탐사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지난 19일 대전환경운동연합이 진행하는 제5기 습지학교 네 번째 프로그램인 '야간곤충탐사'가 갑천습지보호지역 일원에서 열렸다. 한여름 밤답게 비가 오락가락하고 습도가 높은 날씨였다. 행사 연기를 고민할 정도의 날씨였지만, 월평공원과 갑천이 만나는 작은 공터에는 부모와 아이들을 포함해 35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야간에 활동하는 곤충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기대가 궂은 날씨를 이겼다.
탐사를 맡은 이호단 강사는 행사 진행 여부를 두고 고민했지만, 비가 잦아드는 모습을 확인한 뒤 탐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7시 참가자들과 만난 그는 "오히려 습기가 조금 있는 날이 더 다양한 곤충들을 만날 수 있다"며 야간 탐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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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위핑을 통한 곤충을 확인하는 참가자들의 모습 |
| ⓒ 이경호 |
이호단 강사는 먼저 곤충을 채집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인 스위핑(Sweeping) 기법을 소개했다. 포충망으로 풀잎을 쓸듯이 휘저으며 숨어 있는 곤충들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생태 관찰의 기본이 되는 방법이다. 참가자들은 직접 포충망을 들고 풀숲을 살피며 작은 생명들을 하나씩 만나기 시작했다. 이어 강사는 곤충들의 생애주기와 서식 습성을 설명하며 "한 마리의 곤충도 생태계 안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곤충 하나하나가 서로 연결된 생태계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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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트트랩 설치하는 모습 |
| ⓒ 이경호 |
참가자들과 함께 라이트 트랩을 설치하는 과정부터 차근차근 소개했다. 일정한 틀을 세우고 흰 천을 덮은 뒤 불을 밝히자 참가자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그 과정을 지켜봤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하나둘씩 날아든 곤충들이 흰 천 위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아이들과 부모들은 마치 작은 마법이 펼쳐지는 듯한 순간에 탄성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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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트 트랩의 모습 |
| ⓒ 이경호 |
이날 참가자들은 강도래, 날도래, 등얼룩풍뎅이, 강변거저리, 카멜레온줄풍뎅이, 자나방, 깡총거미, 좀사마귀, 메추리노린재, 모메뚜기, 하늘소부치, 모가슴소똥풍뎅이, 쇠등애, 제주나방 등 50여 종이 넘는 곤충과 거미류를 관찰하며 여름밤 생태계의 다양함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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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동하는 아이들의 모습 |
| ⓒ 이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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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벌적으로 잡는 참가자들 |
| ⓒ 이경호 |
탐사가 무르익자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연과 가까워졌다. 어떤 아이는 손전등을 비추며 지렁이를 찾아 바닥을 살폈고, 또 다른 아이는 사마귀와 풍뎅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채 거리낌 없이 관찰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따라다니며 함께 곤충 이름을 익히고,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가장 큰 환호를 받은 것은 단연 장수풍뎅이였다. 몸집은 다소 작은 개체였지만, 장수풍뎅이가 모습을 드러내자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가 탄성을 터뜨렸다. 이호단 강사는 "먹이 활동이 충분하지 못해 성장이 더딘 성체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손전등 불빛 아래에서 장수풍뎅이를 조심스럽게 관찰하며 한여름 밤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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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 늦게 나타난 장수풍뎅이 |
| ⓒ 이경호 |
밤 8시가 넘어가자 설치된 불빛 주변에는 수천 마리의 곤충들이 몰려들었다.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로 날갯짓이 이어졌고, 빛 주변은 작은 생명들로 가득 찼다. 특히 가장 많이 눈에 띈 것은 날도래와 강도래였다. 이들 곤충은 깨끗한 수환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생물로, 갑천습지보호지역이 여전히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착잡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하천 준설 계획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날도래와 강도래가 대거 출현하는 것은 이곳의 하천과 습지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지만, 준설이 현실화될 경우 하천 바닥과 수변 환경이 직접 교란되면서 이들 생물의 서식처 역시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스스로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하고, 한편으로는 대규모 준설을 계획하는 모순된 행정이 결국 생물다양성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도시 개발 압력 속에서도 살아남은 월평공원과 갑천습지보호지역은 수많은 생명들의 터전이다. 이날 아이들은 사마귀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지렁이를 찾기 위해 땅을 들여다보며 자연과 친구가 되는 법을 배웠다. 두 시간이 넘는 탐사가 끝날 무렵, 기다렸다는 듯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렸지만, 월평공원과 갑천이 만나는 작은 공터의 곤충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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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리트 트랩에 모인 참가자들 |
| ⓒ 이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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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트트랩에 모인 참가자들 |
| ⓒ 이경호 |
아이들이 작은 곤충 하나에도 기뻐하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왜 이 공간을 지켜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지 습지라는 이름의 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과 자연을 처음 만나는 아이들의 기억이다. 스스로 보호지역을 지정해 놓고도 다시 삽날을 들이대는 모순된 행정이 또 하나의 생태적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여름밤의 작은 생명들이 지금처럼 그 자리를 지킬 수 있기를, 그리고 아이들의 환호가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5기 월평공원 습지학교 다섯 번째 프로그램이 오는 8월 1일 오전 10시 갑천습지보호지역 일원에서 열린다. 여름 습지의 생태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으로, 참가 신청은 bit.ly/5기월평공원습지학교 링크를 통해 할 수 있으며 일부 참가 자리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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