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카페 6.25 마케팅, 잘못 그린 태극기와 멸공 논란
[최우혁 기자]
지난 16일 대전 지역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한 카페가 6월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멸공라떼'를 한정 판매한다고 공식 SNS를 통해 밝혔다. 카페 측은 판매 수익금 전액을 6·25 참전용사 지원 사업과 호국보훈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공지했다.
카페는 게시물에서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가격은 얼마일까요"라고 물으며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고 적었다. 전쟁터 사진과 흰 국화, 태극기를 꽂은 라떼 사진이 함께 올라온 홍보 포스터에는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문구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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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의 한 카페가 6.25전쟁 76주기를 맞아 소셜미디어에 올린 '멸공라떼' 홍보물 |
| ⓒ 카페 공식 인스타그램 |
"여기 자주 가던 손님으로서 불편하다. 스타벅스 때문에 난리 난 거 알면서, 기부 취지는 좋은데 굳이 정치적 메시지를 섞었어야 했나", "태극기나 제대로 걸고 극우짓 하세요", "625를 앞세워 굳이 멸공이라는 단어로 정치색은 드러내고 싶은데 정작 태극기는 틀렸다"는 식의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누리꾼은 "추모라면 멸공이 아니라 평화라떼가 맞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냈고, "엎어지면 코 닿을 근처 사는데 절대 안가겠습니다"며 불매를 시사하는 댓글도 있었다. 반대로 "취지는 좋다", "돈쭐내러 가야겠다"는 응원성 댓글도 적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카페 대표는 1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저는 정치는 전혀 모른다"며 "76년 전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희생된 분들이 없었다면 지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상도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하며 "시간이 지나 의미가 잊혀지는것 같아 손님들이 커피를 마실 때 자연스럽게 의미를 떠올릴 수 있게 고민끝에 나온 것이다"고 덧붙였다.
왜 하필 '멸공'이었나
논란의 핵심은 '멸공라떼' 이름 자체다. '멸공'은 본래 반공 구호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정치적 반대 진영을 향한 멸칭에 가까운 구호로 쓰이는 경우가 늘었다. 2022년 신세계 정용진 회장이 SNS에 '멸공' 관련 게시물을 잇따라 올려 정치적 논쟁에 휩싸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시점상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 후 불거졌다는 점에서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지난 5월 23일엔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 당일, 봉하마을 기념관에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방문객들이 찾아와 일베 상징 손가락 포즈로 사진을 찍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사건은 추도객 동선과 불과 70여 미터 거리에서 벌어졌다. 노무현재단이 혐오 표현 처벌법 제정을 요구했으며 이재명 대통령도 "일베식 사이트 폐쇄·징벌 배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봉하마을 일베 사건, 그리고 이번 멸공라떼까지. 이 모두는 별개의 사안이지만 공통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혐오 사이의 경계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부라는 선의의 명분을 내세운 마케팅이라 해도, 특정 정치 진영의 구호로 자리 잡은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는 순간 추모의 진정성보다 정치적 메시지로 먼저 읽힐 수밖에 없다는 게 이번 논란이 보여주는 지점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언론 민들레에 동시 송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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