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에 벽에 부딪힌 느낌에 울기도 했다" 황인범, 아쉬운 패배에도 자신감 드러낸 이유 [멕시코전 현장]

[풋볼리스트=과달라하라(멕시코)] 김희준 기자= 황인범은 아쉬운 패배에도 앞으로 월드컵 여정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여전히 한국의 조 2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은 지난 19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치러 멕시코에 0-1로 패했다. 조 2위에 머문 한국은 승자승 원칙에 따라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조 1위 멕시코를 넘어설 수 없게 됐다.
이날 한국은 멕시코를 상대로 최대한 안정적인 운영을 하려고 했으나 결과를 챙기지 못했다. 멕시코도 자칫 패배했다간 개최국 이점을 뺏길 수 잇는 상황이어서 마냥 전방압박을 하기보다는 보수적으로 경기에 접근하면서 느슨한 공방이 이어졌다. 그러던 후반 5분 김승규가 높게 뜬 공을 잡아내려다가 이기혁과 포지션이 겹치면서 공을 떨궜고, 그들 앞에 있던 루이스 로모가 침착하게 세컨볼을 골문 안으로 밀어넣으며 한국에 패배를 안겼다.
이날 황인범은 중원에서 공격을 풀어나오기 위해 분전했다. 고지대 적응이 되지 않은 데다 전술 특성상 압박이 느슨했던 체코와 달리 이날 멕시코는 필요한 순간이 되면 강한 압박을 걸어 한국을 당황시켰다. 그런 와중에도 황인범은 안정적으로 공을 전방에 공급하며 한국이 마지막까지 멕시코를 추격할 수 있는 힘을 불어넣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황인범은 "아쉬운 마음은 당연히 있지만 돌이켜보면 우리가 지난 월드컵 때보다 이번이 상황은 더 좋다. 지난 월드컵 때는 승점 1점으로 포르투갈과 마지막 경기에서 꼭 이겨야 되는 경기를 했고, 마음의 부담감은 그때가 더 컸다"라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경기를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팀으로서 잘 준비한다면 좋은 경기력과 좋은 결과로 다시 한번 많은 분들께 행복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초반에 너무 무리해서 후방에서 빌드업을 하다가 뺏겨서 역습을 맞는 상황을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고, 전반 15분 정도 넘어가면서부터는 우리가 공을 소유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멕시코는 공 없이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는 팀은 아니라서 우리가 주도권을 갖자 자기들끼리 화도 내고 짜증도 내더라"라며 "아쉬운 부분은 공격에서 위협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거다. 팀으로서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하고, 다음 경기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잘 준비하겠다"라며 멕시코전을 돌아봤다.
황인범이 언급했듯 한국은 멕시코전 패배에도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게 사실이다. 오는 남아공과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확정할 수 있다. 이번 월드컵은 조별리그에서 승점이 같을 경우 승자승 원칙을 최우선으로 하므로 한국이 승점 1점만 확보하면 체코가 한국보다 높은 순위로 갈 수 없다.

그런 만큼 경기 간격이 긴 조별리그 기간 체력과 정신력을 잘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황인범은 "내가 완전한 몸 상태였다면 4일, 5일 간격으로 해도 무리는 아니었겠지만, 부상 복귀하고 거의 세 달 만에 풀타임을 뛴 상황에서 경기 간격이 긴 건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신적으로도 엄청 가라앉지는 않았다. 저번 월드컵 가나전(2-3 패배)은 뭔가 벽에 부딪힌 느낌이어서 울기도 했다. 이번에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충분히 준비한 장면들도 많이 나왔고 남은 3차전에 비기거나 이기면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며 "오늘 패배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은 있겠지만, 다음 경기를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크게 가라앉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정신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남아공전을 준비하는 데 있어 황인범은 "아프리카 선수들은 지난 월드컵 가나도 그랬고, '이제 됐다'라는 생각을 할 때에도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힘과 스피드로 한순간에 경기를 바꿔버린다. 그걸 잘 생각해서 우리 경기를 풀어나간다면 3차전에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프리카 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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