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시계가 뭐길래…李 시계 찼다가 오해 받은 정청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손목에 이재명 대통령 시계를 차고 다니는 이유와 착용 시기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명을 해야 했다. 정 대표가 이 대통령을 “월드클래스 지도자”라고 칭송한 지난 15일 언론 카메라에 정 대표의 시계 착용 장면이 잡혔는데,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 “이 대통령에게 충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작위적 연출”(친명 초선)이라는 시선이 제기되면서다. 정 대표는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 시계를 1호로 제가 받았고, 그때부터 찼다”며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지금 이재명 시계를 차고 다니냐는 뉘앙스로 보도하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가짜뉴스”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 시계를 착용하기에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시계를 10년 가까이 ‘애착 시계’로 착용했다고 한다. 정 대표가 주변에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 시계를 단 하루도 빼지 않았다. 오래되고 낡아 시계방 수리만 너댓번 했는데도 분초가 조금씩 느리지만 나는 이게 좋다”고 자랑할 정도였다. 대표실 관계자는 “그랬던 정 대표가 이 대통령 취임에 맞춰 시계까지 바꿨는데 그마저 명·청 갈등설 소재로 쓰여 씁쓸하다”고 했다.

대통령 시계는 역대 정권마다 각종 정치 에피소드의 소재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대 새마을운동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와 포상의 의미로 손목시계를 선물한 것이 대통령 시계의 시초다. 시계판에 청와대를 상징하는 봉황 문양과 대통령 이름, 정권을 상징하는 문구를 담는 전통은 시간이 지나며 굳어졌다. 문재인 대통령 시계에는 ‘사람이 먼저다’가, 윤석열 대통령 시계에는 ‘다시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가 적혀있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시기에는 정치권 안팎에서 시계를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지도 했다. ‘이니 시계’라는 별칭이 붙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 시계는 유별난 품귀 현상을 빚었는데, 임종석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마저 “직을 걸고 시계를 구해보겠다”고 한 일화가 유명하다. 2017년 당시에는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들도 대통령 만찬에서 시계를 받지 못했다며 청와대 정무라인에 은근한 불만을 제기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때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렸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남자시계 20개, 여자시계 10개를 우리 사무실로 보내달라”고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메시지를 보낸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빚어졌다. 시계를 무더기로 손쉽게 요청하는 장면이 권력을 과시하는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실제 시중에서는 대통령 시계가 권력과의 거리를 입증하는 수단으로 종종 활용되기도 한다. 2020년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코로나19 확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시계를 차고 등장했는데, 이 시계는 가짜로 밝혀졌다.

대통령 시계 인기에 정권의 흥망성쇠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대통령 시계가 곧 대통령 주가”라는 말이 생긴 이유다. 재임 기간 지지율이 80%에 육박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 시계는 한때 200만원대에 거래됐지만, 퇴임 후 가격이 6~7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시계는 재작년 12·3 계엄 사태 이후 중고 사이트에 매물이 대거 쏟아졌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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