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정성으로 키운다”던 번식장의 실체 [개st하우스]

“불법 개 번식장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경찰, 공무원과 함께 단속을 나갔습니다. 운영자인 A씨는 명견 선발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을 내세워 건강하고 우수한 코카스파니엘을 찾는 사람들에게 시중보다 3~4배 비싸게 개를 분양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단속한 결과, 해당 번식장은 몇 년 치 배설물이 쌓여있는 최악의 환경에서 번식견들을 출산 기계처럼 키우고 있었습니다.”
지난 4월 25일 자정 무렵,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경기도 시흥의 한 야산. 콘크리트 건물 안으로 경찰과 시 공무원 그리고 동물단체 활동가 10여명이 진입했습니다. 이곳 입주자인 번식업자 A씨가 품종견 코카스파니엘 수십 마리를 판매하면서 5년 넘도록 임대료를 체납하고 배설물을 방치해 악취로 인한 주변 피해가 극에 달한다는 건물주와 이웃 주민들의 민원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주변 땅을 파헤치자 암매장된 개들의 사체가 다수 발견됐습니다. 경찰이 문제의 건물 문을 열었을 땐 개 배설물 특유의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가 방진 마스크를 뚫고 코를 찔렀습니다. 현장을 살피던 동물구조단체 유엄빠 박민희 대표는 “최소 몇 년은 청소하지 않은 듯하다”며 “암모니아 향이 지독해 눈을 뜨기 힘들 지경”이라고 괴로워했습니다.
번식장 내부에서는 오물 범벅이 된 채 각각 사육장에 갇힌 품종견 코카 30여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사육장은 개들이 고개를 들기 힘들 만큼 좁고 바닥이 뚫려 배설물 위로 발이 푹푹 빠지는 석쇠 형태였습니다. 개들이 누워서 쉴 평판조차 설치돼 있지 않은 불법 구조물인 겁니다. 번식장 곳곳엔 수의사에게만 시술이 허가된 발정·배란 유도제와 주사기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전형적인 불법 번식장의 모습입니다. 번식업자 A씨는 수차례 통화 시도 끝에 전화를 받긴 했지만, 열악한 사육환경 지적에 대해선 “환경이 뭐가 문제냐, 매일 운동도 시키고 최선을 다해 돌보고 있다”며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A씨 해명과 달리 개들의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코카 대부분은 비위생적인 환경에 오래 방치돼 온몸에 심각한 염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몇몇 모견은 두 눈이 괴사해 앞을 보지도 못하는 상태였죠.

참혹한 학대 정황은 동물단체 유엄빠의 SNS 생중계를 통해 고스란히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현장을 점검하던 유엄빠 박 대표는 “눈이 멀어도 번식시키는 데 지장이 없으니 치료하지 않은 것”이라며 “공장 기계가 고장 나도 고쳐 쓰는데, 하물며 생명인데 치료도 안 해주고 출산만 시켰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런데 번식장 벽면에서 ‘B단체 주관, 2019년 대회 우승견(Best in Show)’이라 적힌 대형 리본이 발견됐습니다. 빨간색과 파란색, 흰색이 조합된 1m 길이의 화려한 리본. 애견대회 최우수견에게 수여되는 금메달에 따르는 상패였습니다. 화려한 도그쇼 상패 아래 서서히 죽어가는 개들의 현실은 비극적 모순 그 자체였습니다. ‘도그쇼 우승자’라는 후광을 이용해 정성스레 돌보고 키운 품종견을 분양한다고 홍보해 온 추악한 민낯이 드러난 겁니다.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 공간 제공, 위생·건강 관리 등의 의무를 위반하여 질병을 유발하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제10조)하고 있습니다. 오물 속에서 질병을 앓으면서도 눈을 잃을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한 개들의 상황은 명백한 동물학대였습니다. 유엄빠 박 대표는 “지옥 같은 번식장에서 당장이라도 개들을 모두 꺼내주고 싶었다”고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여전히 소유권은 학대 행위자인 번식업자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동물보호법엔 소유자로부터 학대받은 동물을 발견할 경우 담당 공무원이 긴급격리 조치할 수 있는 규정(제34조)이 있습니다. 다만 학대 여부 판단이 전적으로 공무원 재량에 달린 상황에서 자칫 소유주가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식의 보복성 민원을 제기하며 괴롭힐 여지가 큽니다. 이 때문에 일선 공무원들이 긴급격리조치권을 적극적으로 발동하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학대 행위자가 학대 혐의로 기소까지 됐는데도 소유권을 주장해 동물을 다시 돌려받는 황당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개들을 그대로 두고 철수할 순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번식업자가 개들을 다른 곳에 숨겨 학대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개가 죽을 게 분명했죠. 피학대동물을 모른 척 두고 철수할 수 없던 유엄빠 측은 긴급격리조치권을 발동해 개들을 지켜주면, 이후 치료와 돌봄을 동물단체가 전담하겠다고 담당 공무원을 설득했습니다.
다행히 명백한 학대 증거를 확인한 시흥시 담당 공무원이 결단을 내리고 번식업자 A씨와 통화에서 긴급격리를 통보했습니다.
“선생님, 사육환경 관리 소홀로 인한 학대이므로 개들을 강제 격리할 수 있습니다” (담당 공무원)
“사육환경이 어때서요? 저는 운동도 시키고 최선을 다한단 말입니다” (번식업자 A씨)
“선생님은 여기서 생활할 수 있으시겠어요? 길게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동물보호법 제10조에 따른 사육환경 불량으로 판단해 번식견 36마리 모두 긴급격리조치하겠습니다” (담당 공무원)
이 결단 덕분에 코카스파니엘 36마리는 마침내 지옥 같은 번식장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입소한 유기견들로 이미 포화상태고 치료 예산도 부족한 인근 시보호소 대신 동물단체 유엄빠와 코카프렌즈가 36마리를 모두 분산 수용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돌보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또 다른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번식업자 A씨는 품종견의 혈통서와 브리더 자격증 등을 발급하는 B단체가 주관하는 도그쇼에서 수차례 우승한 유명인사였습니다. A씨 번식장 구조에 참여한 익명의 행동전문가는 “코카들의 신체 비율, 꼬리의 위치, 치아 개수 등으로 미루어 도그쇼에 참가할 만한 고급 품종이 맞다”고 평가했습니다. 문제는 도그쇼 우승견을 배출한 브리더가 그만큼 우수한 종자를 깨끗한 환경에서 잘 길러 분양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믿음을 악용해 오히려 더 잔혹한 학대 환경에서 번식을 해왔다는 겁니다.
동물단체 유엄빠는 A씨가 지난 10년간 수백 마리에 달하는 코카 자견들을 마리당 300만~400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유엄빠 박 대표는 “A씨는 도그쇼 우승 경력을 훈장처럼 내세웠고, 대중의 믿음을 악용해 폭리를 취했다”고 지적합니다.
A씨의 이러한 상술은 품종견에 대한 대중적 선호를 교묘히 악용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자의 35%는 대량 번식장에서 납품받은 품종견을 판매하는 펫숍 혹은 소수의 품종견을 길러 판매하는 개인 브리더를 통해 동물을 데려옵니다. 이는 3년 전(26%)에 비해 약 10% 포인트 증가한 수치입니다. 일반 펫숍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판매하는 개인 브리더를 통한 분양 비율 역시 6.7%로 3년 전(4.1%)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도그쇼 우승 이력을 앞세워 프리미엄을 붙여온 A씨도 개인 브리더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 보듯 개인 브리더를 통한 반려견 분양은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었습니다. 브리더 유관단체들이 보증하는 도그쇼 수상 실적이나 브리더 자격 요건을 갖추었다는 게 건강한 사육 환경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죠. 소비자로선 진짜 현실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시흥시 측은 “도그쇼를 주관한 B단체에 공문을 보내 브리더 A씨의 사육환경 및 동물판매업 자격 요건 등을 검증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개인정보라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시 관계자는 “도그쇼 참가자들의 목적은 결국 수상 이력을 내세운 번식과 판매에 있기 때문에 관련 유관단체가 회원 브리더들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조된 지 한 달여가 흐른 지난 5일 오전, 개st하우스 팀은 코카스파니엘들의 근황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도 시흥의 유엄빠 입양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견사 문을 열자, 20평 남짓한 마당으로 치료를 마친 코카 10여 마리가 활기차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사람을 좋아해 낯선 취재진의 무릎 위로 서슴없이 올라온 녀석이 있었습니다. 4살 수컷 히로입니다. 발견 당시 온갖 오물이 엉겨 붙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누더기개 상태였던 히로는 구조 후 오염된 털을 밀고 피부병을 완치했습니다. 커다란 귀를 팔랑거리며 연신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코카스파니엘답게 귀여웠습니다. 유엄빠 박민희 대표는 “후원금이 모여 중성화 및 피부병 치료 등 응급조치를 마쳤다”며 “이번 달 안에 소유권 문제가 정리되면 입양자를 모집할 예정”이라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반가운 기업후원도 있었습니다. 가전제품 업체 로보락에서 로봇청소기와 흡입 청소기를 유엄빠 입양센터에 기증한 겁니다. 덕분에 그동안 재래식 빗자루와 물걸레에 의존할 때보다 한결 편하게 견사와 복도를 청소할 수 있게 됐고, 유엄빠 활동가들의 업무 부담도 크게 줄었습니다. 유재성 활동가는 “청소에 드는 시간이 줄어들어, 그만큼 입소한 동물들의 사회성을 길러줄 교감 시간이 늘어났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사실 네 살 히로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구조된 36마리의 번식견 중에서 드물게 어리고 건강한 축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히로를 제외한 대다수 개는 안구 적출, 슬개골 탈구 등 큰 수술과 치료를 받은 뒤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곳 입양센터에서 여생을 보낼 가능성도 큽니다. 유엄빠 박 대표는 “히로는 건강하고 애교도 많다. 하루빨리 보호소를 떠나 가족의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며 입양을 독려했습니다.
지옥 같던 번식장을 벗어나 기적처럼 살아 돌아온 히로의 평생 가족이 되어주실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 신청 안내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 4살 코카스파니엘 (중성화 수컷, 11㎏)
- 사람을 잘 따르며, 애교가 많음
- 간식을 좋아하며 이를 활용한 교육이 수월함
- 견종 특성상 귀 청소를 자주 해야 함
■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인스타그램으로 문의해주세요
➡️youumnna_adopt (동물구조단체 유엄빠 입양 계정)
■ 히로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78번째 견공입니다(122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이성훈 기자, 인턴=이수연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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