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월드컵, 경기장 밖 도시도 시험대 올랐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역대 가장 더운 대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폭염 대응 문제가 선수 안전을 넘어 도시 차원의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경기 중 물 보충 시간, 관중석 분무기, 한낮 경기 회피 등 각종 대책이 마련된 상황에서 대형 스포츠 행사가 도시의 폭염 대응 능력까지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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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경기 중 26경기 위험 조건…냉방 구장은 3곳뿐
로이터통신은 최근 ‘월드컵을 계기로 도시 폭염 리스크가 조명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제 기후 분석단체 월드웨더어트리뷰션(WWA)를 인용해 “전체 104경기 가운데 26경기가 고온다습한 환경이 겹쳐 선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조건에서 치러질 수 있다”고 짚었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캐나다·멕시코 16개 개최 도시 경기장 중 14개 경기장의 기온이 위험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에어컨 시설을 갖춘 구장은 단 3곳에 불과해 선수뿐만 아니라 관중들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북부나 해안 도시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텍사스주 댈러스나 멕시코 등 남부 지역 경기장들은 수시로 섭씨 30도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폭염 위험이 경기장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대회에서 물 보충 시간 등이 도입돼 선수들은 몸을 식히는 시간을 보장받게 됐지만 관중들은 경기 전후 이동과 입장 대기, 응원 과정에서 더 오래 더위에 노출될 수 있다”며 “폭염 속 대형 행사를 안전하게 치르려면 경기장 밖 도시 공간의 대응도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선 개막전부터 우려가 현실화했다. 지난 12일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개막전을 보려는 팬 약 3만 명이 휴스턴 도심 응원 구역에 몰렸고, 당일 100건이 넘는 온열 질환 신고가 접수됐다.
경기장 밖은 더 취약
기후 연구단체 클라이밋센트럴에 따르면 개최 도시 중 6~7월 극단적 고온이 수시로 나타나는 곳으로 마이애미, 멕시코시티, 휴스턴, 과달라하라를 꼽았다. 최근 10년간 해마다 평균 10일 이상 극단적 고온 현상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 중 완전 냉방 시설을 갖춘 경기장은 휴스턴뿐이라고 클라이밋센트럴은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이 공개한 기후 모니터도 일부 개최지의 더위가 과거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잉글랜드 대표팀이 지난 17일 댈러스에서 경기를 치를 때 현지 기온은 1961~1990년 평균보다 최소 7.6도 높았다.
해법은 결국 그늘…체감온도 8~15도 낮춰

상황이 이렇지만 당장 대응책은 많지 않다. 나무와 녹지, 흰색 지붕, 열을 반사하는 도로와 보도, 공공 안내, 그늘 구조물 등을 마련하는 방안 정도가 거론된다. 에릭 매크리스 세계자원연구소(WRI)의 선임매니저는 로이터통신에 “사람의 체감온도 8~15도를 낮추는 그늘이 그나마 효과적인 해법”이라며 “월드컵 기간 야외 대형 스크린 앞에 모이는 팬들에게 그늘이 중요한 안전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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