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에 찍힌 북한, 월드컵 ‘해적중계’ 또 걸렸다…뒷수습 어떻게?

북한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공식 중계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 예선 경기를 재전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직 FIFA 측의 공식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실로 확인될 경우 FIFA 차원의 후속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 축구 전문매체인 알레르타문디알(Alerta Mundial)은 1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북한이 공식 중계 신호를 가로채 국영 방송(조선중앙TV)으로 2026 FIFA 월드컵 경기를 송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매체가 공개한 북한 영상에는 ‘국제축구연맹 2026년 월드컵경기대회 조별연맹전’이라는 상단 자막과 함께 코트디부아르와 에콰도르, 독일과 퀴라소의 조별 예선 경기 장면이 일부 담겼다.

해당 매체는 “북한 관영 조선중앙TV(KCTV)가 외국의 위성 신호를 수신해 2026 FIFA 월드컵 경기를 불법으로 재송출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FIFA로부터 공식 중계권을 부여받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등 인접 국가의 위성 신호를 이용해 경기를 방송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FIFA 측과 중계권 계약을 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경기 장면을 송출하면서 이른바 ‘해적방송’ 논란을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FIFA는 2023년 7월에도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렸던 여자 월드컵 축구 경기를 북한이 무단으로 중계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FIFA는 조선중앙TV를 총괄하는 북한 조선중앙방송위원회(KRT)에 유사한 사례의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경고장을 보냈다.

이 외에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 경기(6월 18일)를 1시간 정도 분량으로 편집해 닷새 뒤인 23일 오후 10시에 ‘지연중계’하기도 했다.
다만 북한은 자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본선에 참가했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부터 직전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는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에서 중계권을 무상으로 지원받아 녹화 중계를 진행했다. 이는 당시 ABU가 북한을 비롯해 동티모르, 라오스,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7개 빈곤국 국민이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FIFA와 합의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중계권 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방송 업계 관계자는 “카타르 월드컵 당시에는 FIFA와 한반도 지역 중계권을 가진 지상파 3사가 합의를 통해 방송 3사가 북한 지역에 대해 가진 중계 권리를 FIFA에 양도했다”면서 “이 때문에 FIFA가 북한과 직접 혹은 ABU를 통해 북한에 중계권을 제공했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아직 중계권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이전 월드컵에서 주요 경기를 1시간 분량으로 편집해 지연중계에 나섰던 것과 달리 조별 주요 경기 장면을 오후 8시 보도를 통해 짤막하게 전하고 있다. 여기에는 각급 여자 축구팀이 FIFA나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낸 현실을 반영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다른 분야와 달리 축구에서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최상급 경기력을 보이는 여자축구팀을 통해 국력 과시는 물론 상금을 통한 외화벌이까지 겨냥하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시선을 마냥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 영상을 송출하더라도 조선중앙TV에 비해 외부 노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내부 채널을 활용하거나 현재와 같이 주요 경기 장면 위주로 송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방송가 안팎의 관측과도 맥이 닿아 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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