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옆 앉은 李 대통령…G7 자리배치에 숨은 비밀

많은 국가 정상들이 참석하는 국제 행사에서는 누가 어느 자리에 앉고 서는지에도 국제적 관심이 모인다. 지난 15~17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도 16일 공식 만찬의 좌석 배치가 화제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만찬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옆자리에 앉았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자리 배치에 대해 “주최국(프랑스)의 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만찬 직후 X(엑스)에 트럼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직접 올리고, 부부 동반 골프 약속도 했다는 소식을 직접 전하면서 자리 배정 배경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이 대통령은 19일 순방 성과 브리핑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일부러 만찬 자리에 트럼프 대통령과 자리를 붙여주셨다고 저한테 말했다”고 했다.
다자정상회의에서 자리 배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외교적 해석이 따라붙는 고도의 정치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G7 정상회의 만찬 때 주최국 프랑스가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국가 정상들의 불편한 관계를 반영해 자리를 배치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양옆에 일부러 유럽 정상 대신, 정치적으로 가까운 이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정상 외교에서 자리 배치가 최대 화두였던 선례로는 2017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만찬이 꼽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이 나란히 앉았는데, 당시 미국 내에서 ‘러시아 스캔들’이 제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이기도록 도왔다는 의혹이다.
이런 논란 와중에 푸틴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나란히 앉은 모습은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멜라니아 여사에게 다가왔을 때 세 명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온라인 등지에서 확대 재생산되며 갖은 뒷말로 이어졌다. 2021년 영국 BBC 다큐멘터리에서 미국 국가안보회의 러시아 전문가 출신인 피오나 힐 박사는 ‘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독일이 미국을 당황하게 하기 위해 고의로 이런 자리 배치를 했다’고 해석했다.

때론 기념사진 촬영 자리 배치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202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단체 사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앞줄 정중앙에,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은 뒷줄 구석에 배치돼 국제적 논란이 일었다. 주최국인 페루는 “알파벳 순으로 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미국 내 보수 매체들은 “외교적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2017년 APEC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알파벳순과 상관없이 중앙 쪽에 섰다는 전례를 들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념촬영 정상 자리는 알파벳순이 원칙이지만, 주최국이 임의로 배치를 바꿀 수도 있다고 한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4년 G20 정상회의 단체 기념촬영 때는 아예 사진에서 빠져서 ‘홀대 논란’을 반복했다. 당시에도 시 주석은 앞줄 중앙이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노쇼 조(No-show Joe)”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는데, 백악관은 “수송 문제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주최국인 브라질이 다음날 기념사진을 다시 찍었고, 바이든 전 대통령은 앞줄 중앙 쪽 가까이에 섰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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