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관위 원포인트 개헌, 여야 진지하게 논의하길

2026. 6. 20.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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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정치권에 과제 던지며 “대통령 발의도 가능”


책임자 수사·처벌 이어 발본적 선관위 구조 개혁 필요


여야, 정략적 접근 말고 국민 의견 모아 개헌안 마련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원포인트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어제 청와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다. 이 대통령은 “헌법이 너무 명징하게 독립기관으로 해 놓아 감시, 통제, 견제를 위한 법 제도를 만들면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대통령 발의도 가능하다며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걸 봐가면서 정부 입장을 정하겠다고 했다. 여야에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주문한 셈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선거 관리 부실이 매우 심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조사한 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 예산을 유권자 110%로 배정받고도 50% 기준으로 축소해 시행했다. 서울 송파구의 경우 무번호 투표용지를 빼면 사실상 선거인 수의 50%에도 미치지 못한 규모를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 당일 서울시선관위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중앙선관위에 보고조차 하지 않는 등 지휘 체계도 엉망이었다. 중앙선관위는 오후 5시쯤 민원인의 항의 전화를 받고서야 용지 부족 사태를 알았다고 한다. 진상조사위는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 12명에 대해 수사 의뢰를 권고하고, 투표용지 인쇄 축소 비율 70% 이상으로 확대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책임을 방기한 관계자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은 당연하다. 나아가 선거 관리의 결함을 보완할 발본적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여야는 45일간 용지 부족 사태 관련 국회 국정조사특위 활동에 나선다. 선관위 조직과 예산 구조는 물론이고 선거관리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행정 전문가가 아닌 전·현직 판사들이 각급 선관위원장을 맡는 관례 역시 고도의 물류와 행정력이 필요한 전국 단위 선거의 지휘부로 적합한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1960년 3·15 부정선거 때문에 우리 헌법은 선관위의 독립성을 못 박아 놓았다. 그래서 감사원의 감사도 선관위를 상대로는 실시할 수 없다. 이런 제도적 공백을 틈타 중앙선관위원장이 부부 동반으로 거액의 세금을 쓰며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니고, 직원들이 선거 연구 명목으로 세계적인 휴양지를 찾아다니는 병폐가 발생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어 개헌을 해야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에 중앙선관위를 넣을 수 있다. 선관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려면 여야가 정략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개헌은 국민투표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여야 합의는 물론이고 여론 수렴과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야 가능하다. 원포인트 개헌이 선례가 되어 남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야당으로선 이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번 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등을 담은 개헌안도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합의와 설득을 위한 과정 등이 미흡해 결국 좌절된 적이 있는 만큼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설령 개헌을 하더라도 감사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에서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가 적절한지 등 제도적으로 따져봐야 할 사안도 많다. 정식으로 대통령이 정치권에 제안한 만큼 여야가 진지하게 논의해서 결론을 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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