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 전격 합의…“美∙카타르가 중재”

이스라엘과 레바논 내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19일(현지시간) 오후 4시부터 휴전에 들어갔다. 이들의 무력 충돌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무산된 날 다시금 미국-이란 협상의 물꼬를 튼 셈이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미국과 카타르 협상단이 이란의 도움을 받아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같은 날 이란 측에서는 무산된 미국과의 협상을 며칠 내로 다시 열기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란 입장이 나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 같이 전하면서 “중재자들을 통해 협의 중이며 협상 개시 조건이 충족되는 대로 정보를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그간 종전 협상을 중재해 온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이집트 당국자들이 2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동을 갖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IDF)은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레바논 내 헤즈볼라 목표물 80여곳에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IDF는 “이번 공습이 자국군 4명을 사망케 한 헤즈볼라의 휴전 위반 행위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남부와 동부 등에서 최소 47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국 고위 관리는 “오늘 오전 교전 이후로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현재 휴전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에피 데프린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성명을 발표해 휴전 사실을 확인했다. 데프린 대변인은 다만 헤즈볼라의 위협이 있을 경우 언제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군대가 헤즈볼라의 중앙 지휘 센터 역할을 하는 주요 터널 시스템을 파괴하기 위해 뷰포트 캐슬 지역과 알리 타헤르 능선에서 계속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군은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완전한 작전 자유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완충지대 주둔은 계속할 방침이다.

다만 휴전 발표에 앞서 같은 날 이란과 이스라엘 양측에서 서로의 책임을 묻고 규탄하는 입장이 잇따라 나온 바 있어, 휴전 합의 지속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발표하고 “휴전을 위반한 헤즈볼라를 강력히 타격할 것을 지시했다”며 “우리 군인이나 영토에 대한 공격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헤즈볼라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과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도 각각 성명에서 “레바논에 강력히 대응하겠다” “레바논을 불태워야 한다”고 했다.
이란도 지지 않고 응수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바가이 대변인은 “수십 명의 레바논인 사상자를 내고 민가와 국가 기반 시설을 파괴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 및 테러 작전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점령 및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의 전쟁 도발이 계속될 경우 역내 평화와 안보에 심각하고 즉각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레바논을 불태워야 한다”는 벤그비르 장관 발언을 인용하며 “이것은 어느 이름 모를 학살 광신도의 헛소리가 아니라,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의 공개적인 게시글”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을 향해 “죽음을 숭배하는 학살 집단”이라고 맹비난했다.

한편 이날 이란 강경 성향 매체들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이유로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에스마일 바가일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란군이 양해각서에 따라 상선이 안전하게 통항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바가일 대변인은 또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자국 핵시설 사찰을 요청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 내용도 부인했다. 그는 “60일 동안 이란 핵 프로그램의 현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며 “부셰르 원전 등 기존에 진행되어 온 시설에 대한 사찰은 계속되겠지만, 미국과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범죄적 군사 공격으로 인해 IAEA의 접근이 중단된 시설에 대한 사찰 여부는 향후 협상 과정과 그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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