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선관위 개혁, 원포인트 개헌해야”…與엔 “원수 싸우듯 말라”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선거관리위원회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며 “여야 간 의견 일치가 된다면 선관위에 관한 ‘원 포인트’ 헌법 개정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이 대통령이 개헌안을 직접 발의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전날 9박 10일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통령은 이날 순방 성과 설명을 위해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국내 현안에 관한 입장도 밝힌 이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방만한 선관위 운영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선관위원장을 저런 식으로 대법원장이 사실상 임명하는 것처럼 해서 되겠냐”며 “(선관위원을) 비상임으로 해서 선거 날도 제대로 출근 안 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렇게 하면 되겠냐”고 지적했다. 대법관의 중앙선관위원장 겸직 문제와 선관위원 대부분이 평소 근무하지 않는 비상임이란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과거 논란이 된 선관위 자녀 채용 특혜 문제,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의 해외 출장 문제 등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선관위에 대한 외부 통제·감시를 할 수 없는 현재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평소에도 ‘선관위 좀 문제다’ 이렇게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아무런 통제·감시·견제할 권한이 없다”며 “하다못해 선관위원장에 대한 형식적 임명권조차도 없다”고 했다.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 기관이어서 감사원 등 외부 통제를 받으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미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 방안에 대해 위헌 취지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헌재는 “헌법은 선거·투표관리 등에 관한 사무를 일반 행정업무와 기능적으로 분리해 이를 독립된 헌법 기관인 선관위에 맡김으로써 행정부의 부당한 선거 간섭을 제도적으로 배제 내지 견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배경이 있는 까닭에 이 대통령은 개헌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문제는 정치권의 책임성에 관한 것”이라며 “진심으로 (선관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것을 이용해서 정치 공세를 하고 뒤로 빠지려고 하는 것인지를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의 진지한 논의를 촉구한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 포인트 개헌에 긍정적이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투표용지 사태의 진상규명 필요성을 강조하며 “향후 필요하다면 특검이나 개헌 모두 검토 대상”이라고 했다. 정진욱 의원은 지난 9일 외부기관의 감사, 선관위의 권한과 책임을 헌법에 명시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원 포인트 개헌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19일 이 대통령의 회견 뒤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이 진정성을 보이고자 한다면, 야당이 추천하는 선관위 특검부터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헌법은 법률이나 시행령이 아니다”며 “국민의힘은 어떤 문제가 있을 때마다 관련 헌법 조항을 고치는 ‘원 포인트 개헌’, ‘부분적 개헌’ 등 졸속 누더기 개헌에 명확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향해 “원수 싸우듯이 하지 말라”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당청 갈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당청 갈등을 “잘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하면서도 여전히 정청래 지도부를 향해선 발언에 가시를 담았다.
이 대통령은 당청 갈등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당청 관계는 하나이면서도 또 남이기도 하다”며 “당연히 서로에게 잘되자고 격려할 수도 있고, 잘못된 게 있으면 지적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과 정부가 엄청난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더 잘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순방 출국길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공항 환송에 나오지 않아 ‘환송 패싱’ 논란이 커지고, 당청 갈등설이 더욱 고조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해외 출국, 귀국 할 때 많은 사람이 줄 서서 그러는 게 흔쾌히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며 “통상적인 업무 중 일부인데, 그렇게 할 필요가 있나 생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를 환송 행사에 부르지 않은 건 당청 갈등 때문이 아니라는 취지다. 전날 귀국 환영 행사 때는 정 대표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좀 더 포용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한다”며 여당의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메시지를 주로 내는 정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 갈등, 진영 내 갈등에 대해선 “원수 싸우듯이 하지 말라. 같은 입장에 있는, 같은 진영이라고 하는 사람들끼리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전쟁을 해서야 되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서로 모욕하고, 폄하하고, 숨어서 그러는 사람이 있는데 당당하게 내놓고 합리적인 논쟁을 통해서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누가 이길까’ 재미있게 결과를 지켜봐야지, 보면 짜증 나게, 쳐다보기도 싫게 왜 그렇게 싸우느냐”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후 국정 지지율 하락의 원인도 당내 갈등, 당청 갈등설에서 찾았다. 이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있겠지만 아마 제일 큰 거는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뭘 가지고 싸우는 거야’, ‘도대체 다툼이라는 게 우리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냐’라고 하는 게 아닐까”라고 진단했다. “국민께서 보시기에는 화날만하다”고도 했다.

이 발언에 대해 친명계 초선 의원은 “지방선거 이후로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방점을 찍은 건 현 지도부를 직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친명 초선 의원은 “이 대통령이 X(옛 트위터)에서부터 밝힌 여당 역할론의 연장선”이라며 “대통령이 좁게는 민주당, 넓게는 진보 진영의 분열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여당 전반을 향한 메시지라고 보고 있다”며 “당내 갈등보다는 일을 해야할 때니, 포용과 통합을 통해 실용으로 나아가자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했다.
李, 정청래밖에 없는데 “개별 국회의원”
이 대통령은 이른바 ‘검찰 개혁’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의 핵심 쟁점인 검찰의 보완수사권 문제와 관련해 “(보완수사를) 아주 예외적인 경우까지 다 봉쇄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엄격한 조건 아래 아주 최소한만 (보완수사를 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보완수사권은 기본적으로 폐지를 한다는 데에는 다들 동의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제도라는 것은 만들어서 시행하다가 필요하면 또 교정하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해 보완수사권을 남겨두고, 만약 악용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감지된다면 그때 제도를 바꿔도 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국회에 넘겼으니까 국회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보완수사권에 대해 설명하며 “개별 국회의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거야 자유롭게 표명해야 되지 않겠냐”고 했다. 정 대표가 회견 당일인 이날 오전을 포함해 이미 여러 차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강조했는데, 듣기에 따라 정 대표를 ‘개별 국회의원’으로 칭한 셈이 된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최근 그 이슈를 집중적으로 띄운 사람은 정 대표”라며 “국회에서 충분히 숙의를 하라고 했는데 정 대표가 계속 전면 폐지를 강조하면서 숙의가 힘들어지지 않았느냐. 이 대통령이 이를 돌려 비판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개각과 관련해선 퇴임 예정인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임명 제청을 받을 수 없다며, 한성숙 총리 후보자가 임명된 후개각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성민·오소영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염블리 “직장인, 이것만 사라”…그가 꼽은 평생 묻어둘 ETF | 중앙일보
- 27살 남친에 “나 애 가졌어”…어느날 죽은 40살 여자의 비밀 | 중앙일보
- “술에 ‘이것’ 한 방울 넣어라”…91세 애주가 두뇌 쌩쌩 비결 | 중앙일보
- “아들에 성관계 영상 보낸다”…전업주부 성착취 ‘악몽의 인플루언서’ | 중앙일보
- 여친 성관계 영상 찍고 유포까지…‘예능 출연’ 테니스 코치 검찰 송치 | 중앙일보
- 200년 된 나무 드릴 뚫고 농약 부었다, 부암동 뒤집은 충격 사건 | 중앙일보
- 한국사 만점, 이렇게 받았다…서경석이 밝힌 ‘미친 암기법’ | 중앙일보
- “당장 투자해라, 1년후 10배!” 젠슨 황이 샤라웃 한 K기업 | 중앙일보
- “SK하닉보다 삼전 좋게 본다”…1년만에 9억 번 감자농부 픽 | 중앙일보
- 버려진 전기밥솥 안에 순금 25돈…“모친 유품 찾았다” 감동 사연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