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저출산 불렀다?…“문제는 관계의 붕괴”
NYT 칼럼 “단일 원인으로 봐선 안 돼”
“저출산은 연결의 위기” 관계 약화 주목
스마트폰은 원인보단 하락세 가속 요인
“기술이 대체한 인간관계 회복 고민해야”

스마트폰 보급이 출산율을 떨어뜨렸다는 연구 결과가 저출산 원인에 대한 결론처럼 회자되는 데 대해 ‘본질은 관계의 약화’라는 반론이 나왔다. 주목해야 할 것은 스마트폰이 대체한 대면 관계와 사회적 연결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조지타운대 크리스틴 엠바 선임연구원은 18일 ‘우리는 왜 출산율을 두고 스스로를 속이는가’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출산율 위기는 연결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스마트폰은 대체 효과를 통해 이 위기를 심화한다”며 “현실 세계의 맥락에서 스마트폰이 매개하는 맥락으로 사람들을 옮겨가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이 출산율 하락을 가속시켰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저출산을 설명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연구진은 미국 이동통신사 AT&T가 아이폰을 독점 판매한 2007년 6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아이폰 보급 지역과 비보급 지역의 출산율 변화를 비교했다.
신시내티대 경제학자들이 지난달 공개한 또 다른 연구도 비슷한 결론을 담았다. 미국과 영국을 조사한 이 연구에서도 스마트폰 보급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질수록 10대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엠바 연구원은 이들 연구가 스마트폰을 저출산의 유일한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두 논문 저자들은 스마트폰이 단일 요인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이던 하락세를 가속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는 대중적으로 해석되는 과정에서 ‘저출산의 범인은 스마트폰’이라는 식으로 단순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엠바 연구원은 “문제는 그 결과를 성급하게 해석하는 방식에 있다”며 “그런 해석은 종종 출산율 하락이라는 수수께끼, 다시 말해 찾기 어려웠던 단 하나의 원인이 마침내 풀렸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은 이런 흐름을 만들어낸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 사람들이 현실의 관계에서 멀어지는 속도를 높인 장치에 가깝다고 그는 해석했다.
연구자들도 스마트폰과 10대 출산율 하락의 관계를 대면 접촉 감소로 설명했다. 또래 관계망이 스마트폰 안으로 옮겨가면서 실제로 만나는 시간이 줄고, 의도하지 않은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상적 접촉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10대 출산 감소는 긍정적이지만 같은 시기에 10대 자살이 증가했다는 점은 별개의 경고 신호라고 엠바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10대 출산율 붕괴를 낳은 바로 그 도구가 10대 자살의 급증도 낳는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은 현실의 만남을 다양한 방식으로 대체하고 있다. 당장 문자메시지와 영상통화가 직접 대화할 필요성을 줄인다. 게임과 도박, 각종 애플리케이션은 사람과 관계 맺는 데 필요한 시간을 화면 속 자극으로 대체한다.
엠바 연구원은 “소셜미디어는 이 모든 것을 더욱 증폭한다”며 “불안을 유발하고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콘텐츠가 끝없이 흘러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저출산은 단순히 아이를 덜 낳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이 바뀐 문제로 평가할 수 있다. 출산은 사람들이 직접 만나 관계를 형성한 뒤에야 이어질 수 있는 결과다. 따라서 출산율만 따로 떼어 보는 접근으로는 문제의 전모를 보기 어렵다는 게 엠바 연구원의 지적이다.
그는 “아이폰이 피임 수단이 됐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도했든 아니든 인간 삶의 어떤 부분을 기술이 대체하도록 허용했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어떻게 회복할지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엠바 연구원은 “모든 것을 설명할 하나의 근본 원인을 찾고 싶은 유혹은 강하다”며 “그러나 만능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덜 뚜렷하지만 더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외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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