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SMR에 엇갈린 부산... 원전 밀집도는 어떻게 하나

김보성 2026. 6. 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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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부지선정평가위원회 '기장군' 결과 발표에 지자체는 환영, 환경단체는 강한 반발

[김보성 기자]

▲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 부산 기장군 장안읍 임랑해수욕장 인근에서 바라본 영구정지 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와 재가동에 들어간 2호기, 그 옆으로 3~4호기의 모습. 지역적으로 맞닿아 있는 부산과 울산의 이 일대는 무려 10기의 원전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SMR(소형모듈원전)이 추가될 예정이다.
ⓒ 김보성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를 통해 혁신형 SMR(소형모듈원전) 건설지역을 확정하면서 찬반이 엇갈린다. 부산 기장군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0.7기가와트 SMR을 지을 후보지로 선정됐는데, 이를 반긴 유치 지자체와 주민들은 경제적 영향을 크게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철회 투쟁에 나선 환경단체는 검증도 안 된 데다 원전 밀집도가 더 높아지게 됐다며 우려하고 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신규 원전 건설 부지 확정 결과가 공개되자 환경단체는 "얼마나 원전을 더 짓겠다는 거냐"라고 탄식을 쏟아냈다. 19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 현장으로 이동하던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은 "부산 스스로 세계 최대 밀집 지역을 갱신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키웠다.

SMR 실증로도 분명 원전 "스스로 밀집지역 갱신"

전국에는 20여 기의 원전이 있는데, 이 가운데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와 그 외 2~4호기, 신고리 1~2호기 등 6기가 부산 기장군 고리에 몰려 있다. 부산과 맞닿아 있는 울산 울주군 새울원전 1~2호기와 현재 짓고 있는 새울 3~4호기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많다. 여기에 작은 원전으로 불리는 SMR까지 추가될 상황이다.

이런 규모는 캐나다(브루스 원전 8기)나 일본(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 7기)의 원전 지대 정도를 가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부산·울산은 이미 두 지역의 원전 숫자를 넘어섰다. 대도시를 끼고 있다는 점과 인구 비율 면에서 원전 밀집도는 독보적이다. 캐나다 원전 지역은 인구가 10만 명이 채 되지 않지만, 고리·새울 반경 30㎞ 안에는 무려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산다.

다수호기 밀집으로 인한 위험도에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SMR이 인공지능(AI) 산업 시대의 안정적 전력 공급원이 될 거라고 말한다. 기존 원전의 5분의 1(300MWe 이하 일체형) 크기에 불과해 입지 문제에서 다소 자유롭고, 안전성도 향상됐다는 게 그 이유다. 한수원이 공개한 i-SMR 자료를 보면 2030년대 중반을 목표로 사업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후보 부지로 대형원전 2기는 경북 영덕군, SMR 1기는 기장군을 확정했다고 밝힌 가운데 18일 부산 기장군 신평마을회관 인근 도로변에 내걸린 SMR 기장군 유치를 희망하는 내용의 현수막 뒤로 고리 1, 2, 3, 4호기가 보인다.
ⓒ 연합뉴스
이번에 경주시를 제치고 SMR을 가져오는 데 성공한 기장군은 "주민 수용성, 사업 여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결과"라고 고무된 모습이다. 주민 여론이 우호적인 점, 원전 내에 이미 준비된 공간이 있어 부지 활용이 가능한 점 등이 고려됐다. 군청과 추진위는 앞으로 지역에 미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관련 신산업 생태계 구축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은 정작 가려져 있다. 국제 규제기관의 까다로운 안전 인증을 모두 통과해 도시 주변이나 안에 SMR이 본격적으로 건립된 경우는 아직 없다. 원전 기술이 뛰어난 미국도 설계도를 넘어선 검증 단계 상황이다. 심지어 중단 사례도 나왔다. 미국의 뉴스케일파워가 아이다호에 세우려던 SMR 6기는 비용과 내부 이견으로 취소됐다.

핵공학 분야 관련 익명의 전문가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SMR은 아직 개발과 초입 단계일 뿐"이라며 "안전과 경제성을 해결하지 못하면 실현이 요원하다"라는 의견이었다. '괜찮다'를 되뇌지만, 철저한 입증과 경험적 뒷받침 없이 도시 주변의 상용 시설이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경제적인 이점 또한 "1개만으론 쉽지 않다. 결국 다수 모듈을 연결하거나 여러 개를 짓는 방식으로 나아갈 텐데 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경단체는 일방적 추진이란 점을 부각하고 있다. 한수원 평가위원회가 보도자료를 낸 이후 부산과 서울에서는 바로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부산시청으로 달려간 정수희 부산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는 "여러 기술로 포장하더라도 SMR 역시 핵폐기물이 나오는 새 유형의 핵발전소다. 그런데 일사천리로 결정이 됐다"라고 비판했다.
▲ "SMR은 물론 어떤 핵발전소도 안 돼" 탈핵부산시민연대가 지난 18일 부산시청 광장을 찾아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현장에서 SMR 반대 손팻말을 든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한 수녀의 모습.
ⓒ 김보성
그는 "수용성을 말하나 관변 조직을 중심으로 설명이 이루어졌다. 시민 토론회나 설명회도 부족했다. 반경 30㎞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사안을 이처럼 하는 게 맞느냐"라고 되물었다. 김영미 부산녹색연합 사무국장은 경제성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 국장은 "10년, 100년도 아니고 10만 년 동안이나 고준위 폐기물을 관리해야 한다. 어떻게 값싼 에너지일 수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지역 경제에 큰 영향"... "상용화, 안전성 검증 안 돼"

비상계엄으로 '친원전'을 외쳤던 권력이 물러나 이재명 정부로 행정부가 교체됐지만, 국가 에너지 정책의 큰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시기 탈핵 선언은 아예 과거의 얘기가 됐다. 2025년 탄소중립 달성과 AI·반도체 산업 대비를 동시에 노리는 상황에서 정부는 결국 원전 2기, SMR 1기를 더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문제는 이 움직임이 여기서 멈출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이미 원전 확대 요구가 노골화하고 있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논의가 시작되면서 한국원자력학회 등은 2050년까지 원전 비중 35% 유지를 위해선 무려 "20기의 신규 대형 원전과 12기의 SMR이 더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데이터센터 등의 막대한 전력 수요 계산을 전제로 원전이 대폭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예측에만 편승해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떠넘겨선 안 된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지역 희생을 발판으로 한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호소도 내놨다. 이들은 전국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이날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차원의 청와대 항의서한 전달, 대책회의엔 탈핵부산시민연대와 영덕핵시설저지30km연대가 나란히 참석했다.

이헌석 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오늘 회의에는 부산, 영덕뿐만 아니라 경주와 울산까지 왔다. 모두 끝까지 싸우겠단 분위기였다. 한수원이 남은 절차를 밟을 텐데, 우리는 법적인 부분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민연대 관계자도 "기장 SMR과 영덕 원전은 해당 지역만의 사안이 결코 아니"라고 꼬집었다.
 i-SMR 개념도. 300MWe 이하 규모로 원자로와 냉각, 가압기 등 주요 핵심 설비가 밀폐형 격납용기에 들어가 있는 구조다.
ⓒ ⓒ한국원자력학회(K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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