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숨통 틔울 K-스틸법…조선업계 ‘후판값 오를라’ 촉각

이수민 2026. 6. 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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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철강 산업단지. 연합뉴스
국내 철강산업의 고부가·친환경 구조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이른바 ‘K-스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철강업계가 숨통을 틔우게 됐다. 철강사들은 공정거래법상 제한됐던 감산과 공동구매 등 공동행위에 대한 예외적 특례를 적용받으며 공급과잉 해소와 저탄소 전환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철강업계에 주어진 ‘생존 카드‘가 조선업계 등 수요산업에는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글로벌 공급과잉과 탄소 무역규제 강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철강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이 시행됐다. 해당 법은 지난해 12월 제정됐으며, 법에서 위임한 사항을 구체화한 시행령 제정안이 지난 9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는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탄소 규제 강화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 법을 마련했다. 저탄소 철강 인증제와 특화단지 지정 등 친환경 전환 지원책은 물론, 업계가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각종 공동행위 특례를 부여한 것이 핵심이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철강업계 안에서도 일부 과잉공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이번 제도는 그러한 구조조정을 보다 촉진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철강업계의 체질 개선 과정이 조선·건설 등 전방산업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동행위 특례에 따라 철강사들은 합법적으로 감산과 출하 조정을 논의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시장 내 철강 공급을 통제해 국내 철강 가격을 방어하거나 상승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철강사들의 저탄소 철강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단기 방어 효과만 부각될 경우, 전방산업은 원가 압박은 물론 원재료 단계의 탄소 감축에도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특히 조선업계는 선박 건조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후판을 비롯한 철강재 가격 상승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박 건조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후판 등의 철강재 단가가 합법적 감산으로 인해 상승하면, 가뜩이나 고환율·고물가에 시달리는 조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현재도 국내산 철강 대비 중국산 철강 가격이 약 20% 저렴한 상황에서, 공급 조절로 국내산 단가가 더 올라버리면 전량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조선업의 가격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가가 오른다면 조선사들은 그 가격 차이를 해운사에게 전부 전가할 수 없어 부담을 고스란히 지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철강은 선박 건조 원가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품목인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는 업계의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파생 산업군의 연쇄 타격은 중소 기자재 업체와 생태계 전반으로 번질 여지가 크다. 경제자유구역에 위치해 무관세 혜택을 받는 대형 조선사와 달리, 수입 물량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힘든 중소 선박 기자재 업체들은 비싸진 국내산 철강을 고스란히 써야 해 심각한 원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가 압박을 견디지 못한 조선사들이 철강재 대신 아예 중국이나 해외에서 다 만들어진 ‘선체 블록’을 대량으로 수입하는 방식을 택할 경우, 국내 중소 블록 생태계가 약화하고 철강 수요마저 중국에 뺏기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철강업계는 이번 개편이 단순한 가격 방어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의 상생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발판이 되도록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철업계 관계자는 “이번 특례는 전기로 전환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제도로, 무조건적인 허용이라기보다 정부 승인 범위 안에서 업계 전반의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요산업계의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유지하면서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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