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아스 괴르네 “슈베르트 없었다면 성악가 되지 못했을 것”

“5~6살 때 슈베르트 가곡을 처음 접한 이후, 그는 바흐와 함께 제게 가장 중요한 작곡가가 됐습니다. 슈베르트가 없었다면 전 성악가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59)가 18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남산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괴르네는 오는 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한세예스24문화재단 주최로 열리는 ‘2026 여름에 듣는 겨울 나그네’ 무대에서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부른다. 이번 공연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함께한다.
1990년 데뷔한 괴르네는 다양한 오페라 주역과 오케스트라 협연자로 활약하며 전 세계 공연장과 페스티벌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독일 가곡은 그를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바로 그의 인생 레퍼토리다. 괴르네는 “37년간 모든 대륙을 다니며 250회 정도 ‘겨울 나그네’를 공연했다”며 “어디를 가든 청중들이 비슷한 감동을 느끼는 기적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19세기 낭만주의 작곡가 슈베르트는 600곡 이상의 가곡을 남기며 독일 가곡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겨울 나그네’는 슈베르트가 1827년 독일 시인 빌헬름 뮐러의 시집 ‘겨울 여행’에서 24개의 시를 선택해 선율을 붙인 연가곡이다. 괴르네는 “슈베르트는 누구보다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높았던 작곡가로, 문학적 식견을 바탕으로 시와 음악을 결합해 차원이 다른 가곡을 만들었다”며 “‘겨울 나그네’는 힘든 과거를 겪은 인간의 외로움과 성찰,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삶의 끊임없는 반복과 인간 존재의 본질을 통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대 사회의 심각한 소통 부재와 단절 속에서 ‘겨울 나그네’가 인간의 내면을 깨우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젊은 층을 콘서트홀로 이끄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일단 공연장을 찾으면 작품에서 깊은 울림을 얻을 수 있다는 통찰이다.
괴르네는 “요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젊은 세대를 찾기 쉽지 않지만, 공연장에서 이 작품을 접하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지성과 영혼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가 사라진 한국 사회에 대한 우려도 덧붙였다. 그는 “식당에서 부모와 아이가 모두 휴대전화만 보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대화나 소통이 없어지고 외로움만 남는다면, 결국 인류의 종말이 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서울 공연에서 호흡을 맞추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역시 ‘슈베르트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그는 베이스 연광철, 테너 김세일 등 성악가들의 가곡 반주를 즐겨 맡았으며 ‘겨울 나그네’ 또한 여러 차례 연주했다. 이날 간담회에 동석한 선우예권은 “시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가곡은 가장 친밀하고 내밀한 장르”라며 “혼자서 모든 책임과 호흡을 끌고 가는 독주와 달리, 가곡 무대는 성악가와 긴밀하게 호흡하며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 더욱 특별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인의 소개로 교류해 온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올가을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과 함께 미국 투어에도 나설 예정이다. 선우예권은 “괴르네 선생님은 오랫동안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탐구해 오신 분이다. 바로 옆에서 그 뉘앙스와 표현을 느끼고 음악적 방향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소중한 경험”이라고 전했다. 이에 괴르네는 “100세가 될 때까지 선우예권과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말로 화답하며 신뢰를 드러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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