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자녀로서 정체성과 비전 세워야

교육은 인류가 축적한 지식과 함께 공동체의 정체성을 다음세대로 전수하는 숭고한 일이다. 공동체는 인류 국가 사회 가정 교회 학교 기업 등이 될 수 있다. 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고 비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잠 4:23) 사람은 마음의 크기만큼 산다. 우리에게 가장 큰마음, 즉 정체성을 가르쳐 주신 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성경은 우리에게 두 가지 정체성을 알려준다. 하나는 흙먼지, 창조의 은혜를 배신한 죽어야 할 행악자, 영원한 형벌을 받은 자 등으로 표현되는 ‘절대 깊이의 정체성’이다.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형상, 부활, 영원한 상속자 등으로 표현되는 ‘절대 높이의 정체성’이다. 최하의 정체성에서 최고의 정체성으로 가는 일은 우리의 노력과 행위로는 불가능하며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만 가능해진다. 창조와 구원을 뜻하는 재창조는 우리의 노력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은혜 사상의 원천이다. 이 두 가지 정체성 모두를 받아들인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비전은 한국 또는 미국 같은 개별 국가가 아닌, 열방을 유업으로 품고 이방의 빛이 되는 것이다. 즉, ‘절대 넓이의 비전’이 생긴다. 이보다 더 큰 정체성과 비전을 주는 사람과 신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성경에서의 정체성과 비전은 성막 구조로부터 알 수 있다. 인류의 타락 이후 번제단에서 정체성이 회복되고 지성소에서 비전이 회복된다. 번제단은 무한한 용서를 통해 우리 모습 그대로를 받아 주시는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상징한다. 이곳은 예수 그리스도의 절대 깊이의 십자가 고난, 그리고 절대 높이의 부활(영광)과 함께 구원받은 자의 전 존재를 다 한 감사와 예배가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 아버지가 되시는 것을 깨닫는 것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에 대한 세계관의 변화가 이곳에서 일어난다. 가정 교회 학교 기업 등 모든 조직에는 무한한 용서가 있어야 한다. 그 조직에는 희생양으로 삼는 ‘비판적인 정신’이 없고 모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허용하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조직에 대한 정체성이 강화된다.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죄책감을 주는 것이고 죄는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짓누르는 가장 무서운 짐이다.(롬 6:23)
공동체의 정체성은 공동체가 함께 겪은 과거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공동체가 겪은 가장 큰 고난과 성취한 가장 큰 영광이 구성원들의 마음에 정체성으로 각인된다. 예컨대 국가에서는 많은 경우 전쟁의 극복을 통해 국가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즉, 모든 인생은 예수 그리스도가 가셨던 그 길, 십자가의 고난에서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동선을 따라가면서 정체성의 깊이와 높이가 형성된다. 따라서 과거 공동체를 만들어준 선배들의 고난의 깊이와 성취의 높이에 감사하고 선배들의 축복을 받는 것이 정체성 유지의 핵심 요소이다. 이것이 바로 공동체의 역사의식이다.
번제단을 지나 지성소에 이르면 하나님의 무한한 격려를 만난다. 패배의식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회복된다. 지성소에서 하나님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듣고 마음의 소원과 비전이 생기며,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생긴다.(빌 4:13) 하나님 말씀을 공부한 사람은 신학자가 되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자는 지도자가 된다. 지도자는 이 지성소에서 하나님께 받은 비전으로 공동체의 마음을 모으며 비전을 실현해 나가면서 시대 변화를 주도해 미래를 만들어 간다. 이때 무한한 격려로 공동체에 자신감을 지속해서 불어넣어 주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하나님께서 지도자에게 이러한 권능을 허락하신다.
과거 고난의 깊이와 성취의 높이를 통해 정체성의 깊이와 높이를 언어화하고, 과거 선배 세대에 대한 감사를 기반으로 하나의 마음을 만들며, 하나님께 받은 새로운 비전으로 마음이 나뉘지 않도록 한다. 나아가 새로운 시대를 만들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정체성을 이 시대에 맞는 언어로 재구성해 다음세대에 물려줘야 한다. 이것이 교육의 가장 근본적인 역할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언어는 위대한 창조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하나님께서 이 언어 능력을 지도자에게 부여하신다. 결국, 모든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음세대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며 지도자는 역사의식과 비전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 역사의 통로가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도 건국 이후 80년 가까운 역사를 지나면서 각 세대가 담당한 고난의 깊이와 성취의 높이에 대해 성경을 기반으로 역사의식 정립이 필요하다. 역사의식을 통한 정체성에 의해 과거에 대한 감사로 첫 번째 마음이 모이고, 비전 공유에 의한 불같은 소원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두 번째 마음이 모인다.

박성진 총장(한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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