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천만원 포기한 MZ 사모 “좁은 길이 더 풍성했다”

김아영 2026. 6. 1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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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하나님 나라/김지희 지음/햇살콩
김지희 신성교회 사모가 지난 2월 사택에서 어르신 성도들을 위해 요리하고 있다. 햇살콩 제공


인스타그램 팔로워 10만여명. 릴스 조회수 160만여회. 숫자만 보면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영상의 배경은 화려한 스튜디오가 아니다. 충남 부여 신성리 작은 시골교회, 신성교회를 섬기는 사모가 주일마다 어르신들을 위해 정성껏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그 소박한 장면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주인공은 김지희(30) 사모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는 월 1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던 헬스 트레이너이자 바디프로필 스튜디오 대표였다. 요즘 말로 ‘갓생’(God+인생: 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의 전형이었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 시절 그는 스스로 ‘하나님 없이도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삶이 바뀐 건 기도의 자리에서였다. 인생과 죽음을 생생하게 경험한 뒤였다. ‘나에게도 진짜 중요하고 필요한 무언가가 있는데 알지 못한 채 은과 금만 붙들고 살고 있던 건 아닐까.’ 그 질문은 그를 불편하게 했고 결국 하나님 앞에 서게 했다. 신앙 에세이 ‘거꾸로 가는 하나님 나라’(햇살콩)는 성공이라는 넓은 길을 내려놓고 좁은 길을 선택한 MZ세대 사모의 순종 기록이며 말씀 앞에서 다시 걷기를 반복한 신앙의 여정을 담아낸 책이다.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하나님이 돌이키게 하셨다’에서 저자는 회심 이전의 삶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화려했지만 공허했던 날들, 소개팅에서 만난 세례 요한 같은 사람, 기도 중 인생의 유한함을 직면한 영적 체험 등이다. 2부는 질문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다시 만나는 과정을 담는다. 3부는 말씀과 기도로 빚어진 내면의 시간이다. 저자는 ‘외로운 자들의 친구가 되어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 낯선 시골 마을로 떠날 준비를 한다. 4부와 5부는 시골 교회 사모로 살아가는 현재진행형 이야기다. 세상의 눈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선택들이 이어진다. 잘 되는 사업을 접고 신성교회에 부임한 총각 전도사의 동역자이자 아내가 되기로 한 것이다. 처음 시골 마을에 도착한 날의 감정, 어르신 성도들을 위해 밥을 짓는 마음, 그리고 소박한 사택에서 누리는 의외의 풍성함을 담담히 고백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말씀이 이해되지 않았던 순간들, 감정이 따라오지 않았던 시간을 숨기지 않는다. ‘순종은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는 문장이 그의 정직함을 압축한다. 그렇게 쌓여온 순종의 걸음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시골 마을에서 어르신들의 점심을 만드는 모습을 담은 릴스 한 편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퍼져나갔다. 저자는 이를 ‘하나님의 방식’이라 불렀다. 사람이 기획한 것이 아니라 말씀에 순종한 자리에서 하나님이 열어 가신 길이라는 것이다.

세상은 언제나 더 넓고 빠른 길을 가리킨다. 그 흐름을 거스르는 일은 낯설고 외롭다. 그러나 저자는 묻는다. ‘다수가 가는 길이 정말 안전한 길인가.’ 좁고 느리고 때로 이해받지 못하는 길 위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일하시며 친히 책임지신다고 고백한다. 제목 ‘거꾸로 가는 하나님 나라’처럼 그 길은 역설적이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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