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 “졸업장 안 봐” SK하닉 학력 철폐에… 삼성 “우린 30년 전부터 시행했는데”
신입·대졸여성 공채 국내 첫 도입

삼성은 학력 제한을 폐지한 채용 제도를 통해 최근 5년간 고졸 및 전문대 졸업자 수천명이 지원했다고 18일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전날 신입사원 채용에서 ‘4년제 학사 학위 이상’ 등 학력 요건을 삭제했다고 밝히자, 삼성은 이미 30여년 전부터 이런 ‘열린 채용’을 시행해왔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1957년 국내 최초로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도입한 삼성은 1995년 하반기 공채부터 학력·국적·성별·나이·연고 등 입사 자격 요건을 없앴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에는 “SK하이닉스가 학력 제한을 폐지한다는데 삼성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문의가 쏟아졌다고 한다. 삼성 내부에선 이미 오래전 학력 제한을 없앴는데 새삼 화제가 되는 상황이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삼성의 열린 채용에 따라 최근 5년간 공채 전형에 지원한 고졸·전문대졸 인원은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몇 명이 최종 합격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입사한 인재들이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반도체(DS) 부문 소속 한 직원은 인공지능(AI) 팩토리 구축 등 삼성 반도체 제조 패러다임 전환의 최전선에 있는 ‘디지털 트윈’ 관련 부서에서 근무 중이다. 완제품(DX) 부문 다른 직원은 스마트폰 기술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소속 또 다른 직원은 업계 최초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중소형사업부 PA(프로세스 아키텍처)팀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 관계자는 “30년 동안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한 결과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30여년 전 첫발을 뗀 ‘학벌보다 능력’ 채용 원칙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하며 SK하이닉스의 학력 제한 철폐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양사가 인력 채용 문제에서도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은 학력 제한 폐지뿐 아니라 1993년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하는 등 채용 혁신을 선도해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4대 그룹 중 현재까지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곳도 삼성이 유일하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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