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핵무기 금지규정 폐기…핵에 더 가까이 가는 유럽

전민구 2026. 6. 19. 00: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위협과 미국의 안보 공약 후퇴 우려 속에 유럽이 핵 억지 정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 유일의 핵보유국인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핵우산’ 논의를 본격화하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현지시간) 핀란드가 수십 년간 유지해 온 핵무기 금지 규정을 폐기했다고 보도했다. 핀란드 의회는 이날 1980년부터 시행해 온 핵무기 금지 조항을 폐지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25표, 반대 61표로 가결했다. 자국 영토 내에서 핵무기의 수입·운용·공급·보유를 허용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안티 하카넨 핀란드 국방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핵 억지력을 핀란드 보호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오랫동안 나토 가입을 꺼려 온 핀란드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정책을 전환, 이듬해 나토에 가입했다.

핀란드의 이번 정책 변화는 프랑스가 주도하는 유럽 차원의 핵 억지 구상과도 맞물려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3월, 러시아를 유럽 안보의 위협으로 규정하며 자국의 핵 억지력을 유럽 동맹국 보호에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 각국이 참여하는 핵 억지 훈련을 확대하고, 필요할 경우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자국 전투기를 동맹국에 임시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냉전 종식 이후 30여 년 만에 핵탄두 증강 방침도 내놓았다. 스웨덴·노르웨이·폴란드·독일 등 유럽 각국은 프랑스의 구상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유럽이 핵무기 빗장을 푸는 배경에는 미국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유럽에서 발을 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서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이 역내 긴장을 완화하고 충돌을 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티티 에라스토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이는 이미 고조된 긴장과 위험을 더욱 키우고 러시아의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민구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