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7세대 HBM’ 세계 첫 출시에… SK하닉 20일 만에 맞불

차민주 2026. 6. 19.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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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E 샘플 공급… 주도권 경쟁
속도·용량 물리적 성능 동등 평가
‘품질 테스트 누가 빨리 통과’ 촉각
매출 핵심 축… 양사, 사활 건 승부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맞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7세대 제품인 ‘HBM4E’ 시장을 놓고도 정면 승부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세계 최초로 HBM4E 12단 샘플 공급을 발표한 지 20일 만에 SK하이닉스도 차세대 제품 샘플 공급에 들어갔다.

양측 HBM4E의 속도와 용량 등 주요 물리적 성능은 사실상 동등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초미세 하드웨어 스펙의 우위를, SK하이닉스는 열 관리 안정성을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모양새다. 차세대 시장의 승부처는 안정적인 양산 수율 확보와 고객사 최종 퀄(품질) 테스트를 얼마나 빨리 통과하느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18일 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들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대역폭을 높인 고성능 메모리로,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아야 하는 AI 가속기의 필수 부품이다.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도 HBM4E가 탑재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HBM4E가 이전 세대인 HBM4 대비 성능과 전력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핀당 최대 16Gbps(초당 기가비트)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구현했고, 에너지 효율은 20% 이상 높였다는 것이다. 또 반도체 칩을 쌓은 뒤 칩 사이에 보호재를 주입해 굳히는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적용해 12단 적층 기준 48기가바이트(GB) 용량을 구현하면서도 열 저항을 약 17% 낮췄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HBM4E 12단 샘플 공급 사실을 공개했다. 해당 제품 역시 48GB 용량으로, 전 세대보다 용량을 30% 이상 늘렸다. 핀당 최대 16Gbps의 데이터 처리 속도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저전력 설계와 패키징 구조 최적화 기술을 적용해 전작 대비 에너지 효율을 16%, 열 저항 특성을 14% 이상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고객 수요에 맞춰 향후 32GB 8단, 64GB 16단 제품까지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HBM은 두 회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제품군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의 실적을 올렸는데, 이 중 반도체(DS) 부문이 매출 81조7000억원, 영업이익 53조7000억원을 차지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사의 90% 이상이 반도체에서 나왔다. 삼성전자 측은 “메모리 사업에서 AI용 고부가 제품 수요에 대응하며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HBM 중심의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올라섰다. 올해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HBM과 고용량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이를 견인했다는 게 SK하이닉스 설명이다.

두 회사의 미래 성장도 HBM에 달려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AI 시장이 대형 모델 학습 중심에서 추론·에이전틱 AI로 확산하면서 HBM을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더해 차세대 HBM 시장 선점은 두 라이벌의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개발담당 부사장은 “압도적인 기술 초격차와 선제적인 생산 인프라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의 성장을 강력하게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은 “파트너들과 협력을 바탕으로 시장이 요구하는 가치를 선제적으로 구현해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서의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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