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민주주의 생존할까” 서울대 1000억짜리 질문

이규림 2026. 6. 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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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림 총장

“인공지능(AI) 시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지속가능한가.” 서울대가 앞으로 연구를 통해 풀어내겠다고 밝힌 6대 난제 중 하나다.

서울대는 18일 ‘SNU 그랜드퀘스트 포럼’을 열고 인류와 사회의 미래를 위해 꼭 풀어내야 할 핵심 질문 6개를 선정해 공개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망각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은 손상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가” “생명의 시계를 제어할 수 있는가” “삶의 의지를 분자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는가” “에너지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균형을 찾을 수 있는가” 등이다. 앞으로 이런 난제 연구에 10년간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랜드퀘스트(Grand Quest)란 학계의 통념에 도전하고, 인류에 새로운 선택지를 가져다줄 연구 질문이다. 퀘스트 연구단장인 이정동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교수는 첫 질문인 민주주의·자본주의 지속가능성에 관해 “AI가 인간 대신 인지 노동과 정보 생산 등 노동과 가치를 생산하고, 정치적 담론 형성에 깊숙이 들어오면 기존 제도의 균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I의 망각에 관한 질문은 앞으론 더 많은 연산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잊을지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문제 제기다.

서울대는 지난 3월부터 한 달간 학부생, 대학원생 등 학내 구성원 공모를 통해 2143개의 연구 아이디어를 접수했다. 이후 인문·사회·자연과학·공학·의학 등 분야를 대표하는 18명의 교수가 토론을 거쳐 최종 6개 질문을 선정했다.

서울대가 그랜드퀘스트 사업을 통해 추구하는 건 ‘우수한 연구’가 아니라 ‘독창적인 연구’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서울대는 성공 확률이 높은 안전한 연구만 해왔는데, 불확실성이 큰 인공지능 시대에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선 ‘일단 저기로 가보자’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얼마나 새롭고 과감한 질문인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성과가 아닌 과정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것 역시 다른 연구 사업과의 차별점이다. 이정동 교수는 이번 사업이 실패를 통해 학습하고 경로를 수정하는 과정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팀은 성과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 실패해도 괜찮다”며 “다만 무엇을 어떻게 시도했는데 어땠는지를 모두에게 공유하는 게 유일한 의무”라고 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이날 포럼에서 정해진 답을 찾는 대학이 아닌 스스로 문제를 찾는 대학, ‘질문 중심 연구대학’으로의 전환을 선포했다. 유 총장은 “서울대 개교 80주년을 맞아 무한한 상상, 담대한 도전을 새로운 미션으로 설정했다”며 “그랜드퀘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이 미션에 다가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했다.

그랜드퀘스트 사업엔 연구 방법과 분야의 제한도 없다. 6개 퀘스트를 뽑을 때부터 어느 학문 분과에서도 접근 가능하도록 선정했다. 이에 연구팀도 학과나 전공 제한 없이 꾸려진다. 연구 도중 접근 방법을 바꾸는 것도 허용된다. 이정동 교수는 “다른 연구 사업의 경우 접근법을 바꾸는 게 행정적으로 매우 까다롭지만 그랜드퀘스트에서만큼은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대는 6대 그랜드퀘스트에 도전할 연구팀을 모집한 후 예비 연구와 심사를 거쳐 내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랜드퀘스트 연구팀엔 올해 9월부터 내년 3월까지 최대 5000만원이 지급되며, 최종 선정된 10개 연구팀은 5년간 연간 최대 5억원을 받을 수 있다.

이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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