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책으로 세계의 문을 두드리다
김애란·정보라·오은·장동선 등 AI와 인간 주제로 강연·세미나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는 ‘호모 두두리’다. ‘두두리’는 한국 옛 문헌에 등장하는 신화적 존재로 도깨비의 원형이자 대장장이의 옛 이름이기도 하다. 도서전 주제문을 쓴 소설가 김연수는 “안전한 대답을 거부하고 백만 번씩이라도 미지의 삶 속으로 뛰어드는 자. 새로운 불을 응시하며 영혼의 대장간에서 더 큰 질문을 벼려 내 아직 존재하지 않은 세계의 문을 두드리는 자. 그가 바로 호모 두두리다”라고 선언한다. 김연수는 인공지능(AI) 시대 인간의 역할을 ‘질문’에서 찾는다. “AI는 가장 확률이 높은 답으로 가능성의 문을 닫지만 인간은 더 큰 질문으로 그 문을 다시 연다”는 것이다.

오는 24∼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A홀 및 B1홀)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은 AI가 일상이 된 시대 속에서 인간 사유의 영토를 넓히기 위한 지적 축제의 장을 마련한다. 인간과 AI의 현재와 미래를 성찰하는 ‘주제 강연’에는 소설가 은희경·김애란·백수린·정보라, 시인 오은·황인찬·안미옥 등이 나선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는 ‘주제 세미나’에는 뇌과학자 장동선,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 배우 김신록,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음악감독 달파란, 음악가 성기완, 웹툰 작가 이종범 등이 나와 대담을 나눈다.
이번 도서전에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18개국에서 530여개의 출판사와 출판 관련 단체, 저작권 에이전시가 참여해 풍성한 북마켓과 전시를 선보인다. 특히 프랑스, 독일, 미국 등 해외 9개국 160여개 단체가 국제관 부스를 꾸려 글로벌 출판 트렌드를 공유한다. 올해의 주빈국은 프랑스다.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를 읽다’라는 주제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비롯해 그림책 작가 안느 라발,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 등이 방한한다.
이번 도서전에서는 출간 시기는 조금 지났지만 오늘의 문화적·사회적·환경적 맥락 속에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책 10종을 소개하는 신규 프로그램 ‘아깝다, 이 책’도 선보인다. 소준철의 ‘가난의 문법’(푸른숲), 김기창의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민음사), 이수연의 ‘내 어깨 위 두 친구’(여섯번째봄), 박혜수의 ‘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돌베개), 이경덕의 ‘새롭게 만나는 한국 신화’(원더박스), 김지승의 ‘짐승일기’(난다) 등이 선정됐다.
지난해 티켓 조기 매진으로 현장 발권이 중단돼 발길을 돌려야 했던 독자들이 많았다.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와 함께 도서전을 공동 주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올해 판매 단계를 얼리버드, 일반, 당일 티켓으로 세분화하고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등 시스템을 보완했다. 협회 관계자는 “행사장 적정 수용 인원 한계로 티켓 판매를 무한정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코엑스 A·B홀 전체를 사용해 수용 규모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간 배정 방식과 선정 과정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한 일부 출판인들은 ‘대안 도서전’을 따로 마련했다. 서울 용산구 노들섬 노들라운지에서는 25~28일 ‘서울제대로도서전’이 열린다. ‘여유있게, 오래, 가깝게!’를 슬로건으로 내건 도서전은 50여개 독립 출판사와 동네책방이 주축이 돼 별도의 참가 요건 없이 모든 출판사가 동일한 규모의 부스를 사용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는 24~27일 ‘서울자체도서전’이 열린다. 도서전에 ‘못 가거나 안 가는’ 출판인들을 위한 실험적 축제로 음악 대신 책을 엮은 오디오북 플레이리스트가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독특한 공간을 연출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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