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부산 공연 보러 갔다 13시간 반 만의 귀가, '현타'가 왔다

최혜선 2026. 6. 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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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대란부터 귀가 지옥까지... 아미가 겪은 콘서트 후기

[최혜선 기자]

 콘서트 장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
ⓒ 최혜선
지난 12~13일 방탄소년단의 데뷔 13주년을 기념하는 부산 콘서트에 다녀왔다. 못 가면 죽음뿐이라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티켓팅에 매달려 잡은 공연이었다.

티켓 오픈 첫날 티켓팅에 실패해 취소표를 구하느라 한 달 반 동안 애를 썼던 만큼 공연장에서 함께 노래하고 응원봉을 흔들며 즐긴 시간은 참으로 값졌다. "역시 '올콘(모든 회차 공연을 관람하는 것)'하길 잘했어!"라며 스스로를 칭찬해 주었다.

하지만 공연장에 들어가기까지가 너무나 힘들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종합경기장역에서 내려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이어지는 고가도로를 걸어가다 보니 4년 전 2030 엑스포유치기원 콘서트 때 겪었던 악몽이 되살아났다.

나는 그나마 보조경기장에 가서 본인인증을 하거나, 굿즈 현장판매 등에 참여하지 않아서 고생을 적게 한 편이다. 보행로를 반 바퀴 돌아 바로 게이트로 가서 얼굴패스로 입장하는데 엄청난 인파가 몰려 발이 묶였다. 공연장에 잘 들어갈 수 있을까 불안했고, 사고라도 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됐다.

공연 시작 1시간 13분 지연, 초유의 사태가...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지난 12일 펼쳐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부산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몰려든 BTS 팬덤(아미)이 거대한 물결을 이뤘다.
ⓒ 부산경찰청 제공
아시아드 경기장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게이트가 고가 도로로 연결되어 높이 떠있는 구조이다. 그러다 보니 경기장 주변의 보행 공간이 고립되어 있는 데다 지붕을 떠받치기 위한 구조물이 군데군데 크게 자리 잡고 있어 주기적으로 보행로의 폭이 좁아진다. 즉, 보기보다 통행할 수 있는 공간이 좁다는 뜻이다.

이런 태생적 한계에다 보조 경기장에서 본인인증을 하고 보행로 중간에 합류하는 사람들까지 끼어들게 되니 중간에서 병목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공연 첫날은 언제나 모든 것이 처음이라 매끄럽게 진행되기 힘든데 공교롭게도 얼굴패스 인증을 할 수 있는 패드가 오류를 일으킨 게이트가 생겼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은 한 계정당 하나의 티켓만 구매할 수 있고 양도가 불가하다. 본인확인이라는 절차가 필요한데 본인 확인 방법은 두 가지다.

본인확인 부스에 가서 신분증을 내밀고 입장 팔찌를 받으려는 내가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확인받는 방법. 또 하나는 티켓 예매처인 'Nol 앱' 내에 얼굴을 등록해두고 입장 게이트에서 카메라로 내 얼굴이 티켓 예매 계정에 등록된 얼굴과 동일하다는 것을 인증하는 방법이다.

내 계정의 티켓에 등록해 둔 얼굴과 게이트 앞에서 카메라로 인식한 얼굴이 동일하다는 것이 확인돼야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는데 패드 오류로 본인확인이 안 되니 다른 게이트에서 입장을 해야 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수량에 맞춰 게이트에 준비해 놓은 입장 팔찌와 멤버들이 데뷔일을 기념해 팬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부족했던 것.

공연장 자체의 공간적 한계에다 선물을 받으려는 팬들, 본인인증이 이미 끝난 사람과 얼굴패스로 본인인증을 해야 할 사람이 게이트 앞에서 섞이다 보니, 공연 시작 1시간 13분 지연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이미 본인확인을 마친 팬들이 손을 들어 표시하고 있다.
ⓒ 최혜선
공연 시작이 지연되면 끝나는 시간이 뒤로 밀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공연장 소음과 폭죽이 허용되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밤 10시 반 이전에는 공연을 끝내야 한다. 때문에 중간중간 멤버들이 멘트를 하는 등의 여유 시간이 줄어든다. 예정된 공연 종료 시각에 맞춰 돌아가는 차 편을 예약해 둔 팬들의 경우 공연을 보다 말고 나가야 했을 것이다.

나의 경우 구역별로 퇴장하도록 하는 안내에 따라 내 구역이 호명될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밤 11시가 넘어서야 공연장을 나설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인파를 피해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을 지나쳐 다음 역인 거제역까지 걸어갔지만 지하철을 탈 수 없었다.

한 역 전인 종합운동장 역에서 계속 만차인 상태로 지하철이 들어왔기 때문에 직원들이 개찰구를 막고 다른 곳으로 안내하고 있었던 것이다.

낯선 동네 벤치 앞에서 '현타'가 왔다
 종합운동장역에서 계속 만차로 들어오는 지라 다음 역인 거제역에서 개찰을 막고 있는 상황
ⓒ 최혜선
직원은 대안을 알려줬지만 이미 시각이 밤 12시 40분에 가까워져 오고 있었기에 지하철 운행을 새벽 1시까지 연장했다 해도 지하철을 탈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미 택시 호출은 여러 번 취소됐다. 새벽 1시가 다 된 시각, 아무도 없는 낯선 동네의 식당 앞 벤치에 앉아서 내 상황을 돌아보니 '현타'가 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반쯤 포기하는 마음으로 다시 들여다본 택시 호출 앱에서 약 20분 후의 택시를 예약하고 나서야 조금 안심이 됐다. 그렇게 택시에 탑승한 시각이 새벽 1시 5분. 부산 친정집에 귀가한 시각은 새벽 1시 반이었다. 낮 12시 KTX를 타고 서울에서 출발해 오후 3시경 부산에 도착한 후 5시경 아시아드 경기장에 발을 들이고 나서부터 13시간 30분 만의 귀가였다.

다음 날인 두 번째 공연은 저녁 7시 10분쯤 무사히 시작했고 입장도 비교적 원할했다. 전날 공연장 3층에서 들었을 때 웅웅거리면서 잘 들리지 않던 음향 문제도 조정을 했는지 콘서트를 즐기는데 무리가 없었다.

전날의 인파 속 경험이 힘들었던지라 어떻게 하면 인파가 덜 밀리는 방식으로 귀가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방법이 마지막 곡을 포기하고 조금 일찍 나오는 것이었다.
 마지막 곡을 포기하고 나와 사직역으로 달리자 여유있게 지하철에 탈 수 있었다.
ⓒ 최혜선
경기장 주변에는 대절버스가 온통 차선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었다. 이 버스에 타려는 사람들과 그들을 인솔하는 사람이 승객 확인을 위해 도로 위에서 꽤 많은 시간과 공간을 쓰고 있었다. 여러 안전 문제를 고려한다면 대절 버스들의 경우 경기장 바로 인근 도로가 아니라 지하철 역 하나 정도 범위 내의 학교 운동장이나 주차장으로 유도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숙소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BTS의 부산 공연 일정이 공개된 직후, 부산의 숙소 요금이 10배 넘게 폭등했다. 리더 RM은 팬 플랫폼 위버스 라이브 방송에서 "부산 숙박 문제로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숙박 업소의 이런 행태가 사라진다면 대절버스의 수도 줄고 혼잡한 도로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입학과 함께 부산을 떠나와 이제는 서울에서 생활한 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부산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번 문제점들을 배움 삼아 부산시의 공연 진행 방식이 한층 향상되면 좋겠다. 그것이 수도권에 집중된 공연을 지방으로 확장하는 노력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방탄소년단의 아리랑 콘서트는 월드투어 형태로 계속된다. 내년 3월까지의 일정이 예고되어 있다. 월드투어를 떠날 때 한국에서 시작하고 월드투어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와 파이널 콘서트를 했던 선례에 비추어 보면 내년 파이널 콘서트도 한국에서 열릴 확률이 높다.

바라건대 부산에서도 파이널 콘서트가 열리면 좋겠다. 그때는 소속사와 부산시가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거뜬히 치러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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