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 친미정권’ 볼리비아, 대통령 퇴진 시위로 경제 마비…4조원 증발

중남미 국가 볼리비아가 중도 우파 성향의 대통령 퇴진 시위로 인해 경제 마비 상태에 빠졌다. 기존 경제난과 물가 급등에 더해 장기간 이어진 대규모 시위로 인해 경제난이 심화하며 사실상 국가 비상사태란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초 시작된 로드리고 파스 대통령 퇴진 시위와 도로 봉쇄가 50일 가까이 이어지고 볼리비아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국가 경제가 ‘질식’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볼리비아 국가산업회의소에 따르면 시위 장기화로 식량 및 연료 공급망이 마비되면서 약 28억 달러(약 4조2600억원)에 달하는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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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우파 파스, 좌파 정권부터 이어진 경제난 해결 못 해
볼리비아는 지난 20년 간 좌파 성향 정당인 사회주의운동(MAS)의 독주 체제였다. MAS는 천연가스 수출 수익을 기반으로 한 국가 주도 성장을 이끄는 한편 복지 확대 정책을 폈다. 그러나 천연가스 수출이 감소하며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까지 불어났다. 여기에 중앙은행이 보유한 달러 고갈, 만성적인 연료 부족 사태 등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민심은 곤두박질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올해 볼리비아 경제가 약 3.3% 위축되고 물가 상승률이 20%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이메 파스 사모라 전 대통령(1989~1993년 재임)의 아들이기도 한 파스 대통령은 경제난으로 좌파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자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승리했다. 같은 해 11월 취임한 그는 시장 개방과 외국인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 개혁에 착수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밀착 외교를 추진하는 등 20년 만에 미국과의 관계도 개선했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면서 그를 지지했던 좌파 노동자들과 원주민들은 등을 돌렸고, 지난달 초 대통령 퇴진 시위가 일었다. 파스 대통령이 취임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행정수도 라파스에서 도로 봉쇄 시위에 참가한 여성 파울라 우아이초는 FT 인터뷰에서 “우리가 그를 대통령 자리에 앉혔으니, 우리 손으로 끌어내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파스 정권은 시위 강경 진압 대신 협상으로 해결을 하겠단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강경 시위대는 여전히 물러설 뜻이 없는 모습이다. 원주민 지도자 루이스 마마니는 최근 집회에서 “파스가 사임할 때까지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국민은 분명히 말했다. 대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시위대를 맹비난하며 파스 대통령 지지 입장을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지난 4일 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미국이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는 로드리고 파스 대통령의 합법 정부를 전복하려는 모든 시도를 거부한다”고 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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