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측과 과장... '중앙일보'는 왜 지나친 공포를 조장하나 [반도체 특별과외]
[이봉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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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자 <중앙일보> 기사 "'철도도 새로 뚫어야'…호남 반도체 공장설 커지는 우려" |
| ⓒ 중앙일보 |
그러나 해당 기사에선 반도체 산업에 대한 억측과 과장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호남 반도체 공장 설치에 대해 기사에서 제기한 주요 문제점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글로벌 분업 시대에 200km 거리가 물류 비효율이라니
문제는 전공정과 후공정 역시 가까울수록 집적 효과와 물류 효율이 커진다는 점이다. 웨이퍼를 비롯해 패키징을 위한 각종 장비는 작은 진동과 온도 변화에도 예민하기 때문에 항온·항습, 무진동 운송망 등으로 각종 충격과 온·습도, 정전기 등 세부 조건을 제어하며 옮겨야 한다.
기사는 "전공정과 후공정 역시 가까울수록 집적 효과와 물류 효율이 커진다"라며 웨이퍼 운송 과정의 진동과 온도 변화 등 파손 위험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로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분업화 현실을 간과한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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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반도체 수출국 순위. 말레이시아가 5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한국이나 대만에서 전공정을 마친 웨이퍼를 받아서 후공정을 진행하는 패키징 회사들이 말레이시아에 많이 있습니다. |
| ⓒ World Population Review |
남부권 물류 인프라 확충은 비용이 아닌 국가 투자
완성된 제품의 수송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가벼우면서 비싼 제품인 반도체는 현재 수출 물량의 99%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항공 화물로 처리하고 있다. 호남 지역에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경우 이를 무안공항까지 연계하는 전용 고속도로와 철도 물류망이 필수다. 무안공항 역시 정기 화물편 배정은 물론 제품의 특성을 고려한 특수 물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기사는 반도체 수출 물량의 99%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처리된다며, 호남 지역에 패키징 공장을 지으면 무안공항 연계 전용 고속도로와 철도 물류망을 새로 깔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마치 지방에는 물류 인프라가 전무한 것처럼 묘사하지만, 이미 광주와 무안을 잇는 고속도로가 존재하며 KTX망도 구축되어 있습니다. 거리만 놓고 보더라도 용인과 인천공항의 거리가 광주와 무안공항의 거리보다 더 멉니다. 물류 관련해서는 매일같이 차가 막히는 수도권의 고속도로보다 대체로 여유가 있는 호남의 고속도로가 훨씬 유리합니다. 수도권에는 없는 반도체를 위한 전용 고속도로를 호남에 요구하는 건 반도체 공장 설립 반대를 위해 만든 억지 논리에 불과합니다.
백번 양보해 물류 인프라의 추가 확충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단순한 낭비성 비용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무안공항의 화물 처리 능력을 키우고 남부권 철도망을 정비하는 것은 국가 균형 발전과 남부권 경제 벨트 구축을 위한 필수적인 국가 투자입니다. 언제까지 수도권과 인천공항 중심의 물류망에만 의존하며 지방의 산업 자생력을 방치할 것입니까.
인재의 남방 한계선? 양질의 일자리가 인재를 부른다
첨단 패키징 공정을 운용할 숙련된 인력 확보도 난제다. 현재 업계에선 용인과 평택이 인재 유치의 '남방 한계선'으로 불릴 만큼 인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미 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잡은 핵심 엔지니어들을 지방으로 강제 이동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직원들 사이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라고 하면 차라리 이직하겠다'는 반응이 다수"라고 말했다.
용인과 평택이 인재 유치의 '남방 한계선'이라며 지방 발령 시 엔지니어들의 이직 우려가 크다는 주장도 전형적인 본말전도입니다.
현재 광주에는 세계 2위의 반도체 패키징 전문 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사업장이 성공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수천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최근 앰코는 추가로 1조 원을 투자해서 생산시설을 확장할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지방이라서 인재가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와 그에 걸맞은 정주 여건이 수도권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높은 보상과 좋은 근무 환경이 보장된다면 우수 인력은 자연스럽게 모이기 마련입니다.
울산의 현대자동차에서 정규직 생산직 사원을 뽑으면 전국에서 이력서가 접수되는 시절입니다. 인재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 한 군데에 몰려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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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신안 태양광발전소 |
| ⓒ 연합뉴스 |
이와 관련해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16일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정례회의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호남 반도체 공장 투자가) 실제로 이어지게 되면 준감위의 논의 사항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권 논리에 좌우되지 않도록 유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해당 기사에서 가장 심각한 대목은 기사 말미에 언급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권 논리에 좌우되지 않도록 유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는 인용구입니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의 호남 유치를 단순한 '정치권 논리'가 아닙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명운과 지속가능성을 쥐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변수는 다름 아닌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입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공급망 전체에 2030년까지 강력한 탈탄소와 RE100 달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용인과 평택의 거대한 반도체 클러스터는 천문학적인 전력을 소비하지만, 수도권 자체의 재생에너지 생산 능력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결국 남부 지방에서 생산된 태양광·풍력 에너지를 막대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감수하며 초고압 송전망을 통해 끌어와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송전 손실과 사회적 비용이야말로 엄청난 국가적 낭비입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력이 가장 풍부한 호남 등지에 전력 다소비 산업인 반도체 생산 거점을 분산 배치하는 것은 억지스러운 정치 논리가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고 기업의 생존을 담보하는 현실적이고 타당한 경제 논리입니다. 정치 논리가 아니라 완벽한 경제 논리인데, 이걸 계속 모른 채 깔아뭉개고 있는 것이야말로 준감위의 심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와 국가 균형 발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과제입니다. 호남권 RE100 반도체 산단은 기후위기 시대에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습니다. 낡은 수도권 일극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글로벌 산업 지형의 변화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직시하는 언론의 균형 잡힌 시각이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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