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어린 놈의 XX' 발언, 무례하지만 모욕죄 성립 안 돼"

최태원 2026. 6. 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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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형벌권 개입에 신중해야"

상대방에게 "어린 놈의 새끼"라고 말한 것이 무례하고 부적절하지만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의 모욕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53)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이씨는 2022년 6월 경기 부천시의 한 아파트 회의실에서 입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던 피해자에게 "야, 야, 친구냐? 어린 놈의 새끼가 어디서 건방지게"라고 말해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씨는 피해자의 회장 자격을 문제 삼으며 회의 진행을 저지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피해자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다른 주민에게 반말하자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과 2심은 이씨의 발언이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형법상 모욕죄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어떠한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단순히 기분이 나쁜지를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관계와 표현의 경위, 당시 상황 등 객관적 제반 사정에 비춰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혐오스러운 욕설이 아니라 무례하거나 부정적 감정을 나타낸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 사용된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볼 수 없다"며 "분리된 개별 언사만을 놓고 판단하기보다 표현의 맥락과 우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모욕죄 잣대를 들이대어 국가 형벌권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통해 개입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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