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군 지원함 해외 건조 허용 추진…K조선 ‘마스가’ 청신호

이근평 2026. 6. 1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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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가 동맹국 조선소에서 일부 해군 지원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 금지 원칙에 예외를 두겠다는 것이다. 우선 대상으로는 구축함·잠수함처럼 직접 교전에 나서는 전투함이 아니라 기름과 장비를 나르는 비전투 지원함이 꼽힌다. 미국이 한국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상황과 맞물려 한국 조선업계에 새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최근 의결한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벌크 연료선과 전략수송선을 최대 2척까지 해외 조선소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상원 군사위가 공개한 법안 요약본에 따르면 해외 조선소에서 이들 선박을 조달하되, 해당 외국 기업은 미국 해양산업 기반에 투자해 후속 선박의 미 생산과 공급망에 기여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붙었다. 상원 군사위는 지난 11일 이 법안을 찬성 18표, 반대 9표로 처리해 상원 본회의 심의 단계로 넘겼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 사진 한화오션


그동안 미국은 군용 선박의 해외 건조를 제한해왔다. 현행 미 연방법은 미군이 사용할 선박과 선체·상부구조의 주요 부품을 외국 조선소에서 만들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안보상 필요하다고 판단해 의회에 통보하는 경우에만 예외가 가능했다. 군함 건조를 해외 조선소에 맡길 경우 미 조선업에 타격이 불가피하고 군함 설계에 담긴 군사기술이 외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 같은 제한 방침에 영향을 미쳤다.

하원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포착됐다. 하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원회가 마련한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법안 초안은 해외 건조에 예산을 쓸 수 없는 대상을 기존의 모든 해군 함정에서 전투용 함정으로 좁히는 내용을 담았다. 이들 법안은 각각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고 대통령이 서명하면 확정된다.

미 의회가 이런 논의에 나선 데는 미 해군 함정의 생산 지연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위기의식이 한몫하고 있다. 노후한 전략핵잠수함(SSBN) 오하이오급을 대체하기 위해 시작된 콜롬비아급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콜롬비아급 프로젝트는 1번함 인도를 2027년으로 잡았지만 지금 상태로는 2029년 3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2번함도 일정이 지연됐다고 한다.

반면 경쟁국 중국은 해군력 굴기로 미국을 따라잡을 기세다. 핵추진 잠수함 12척 등 60여 척의 잠수함을 운용 중인 중국은 2035년 그 규모를 80척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1980년대 중반 한때 140척에 달하는 잠수함을 운용했지만, 2020년대 들어서는 70척 안팎으로 규모를 크게 줄었다. 1990년 디젤잠수함 대부분을 퇴역시키고 핵추진잠수함으로만 잠수함 전력을 꾸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급격한 감소다.

미국 입장에선 미 조선업의 건조 수요를 동맹국으로 돌릴 수 있다면 미 핵심 조선소의 생산능력에 숨통이 트여 핵추진 잠수함 등 전투함을 건조하는 데도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할 만하다. 미국은 5개의 조선소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고, 각 조선소의 연간 인도 척수는 평균 1.3척에 불과하다.

지난해 8월 한국 정부가 제작한 '마스가(MASGA)' 모자. 뉴스1


해당 법안은 한·미 마스가와도 연관돼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 무역 합의 과정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약속했고, 이 중 1500억 달러를 조선 협력 분야에 배정했다. 마스가에서 한국이 맡을 역할도 염두에 두고 해당 법안이 추진됐을 가능성이 있다.

미 의회가 한·미 조선 협력을 지원함 건조에만 국한해 보고 있지 않다는 점도 주목된다. 상원 군사위는 NDAA 보고서에서 “한국의 재래식 무장 핵추진 잠수함 개발과 관련한 양국 협력을 지지한다”면서 “미 국방부(전쟁부)가 국무부와 협의해 2027년 2월 1일까지 관련 평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보고서엔 한국 핵추진 잠수함 개발 협력의 범위, 인도·태평양 안보에 미칠 영향,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노력에 대한 영향, 핵무기 확산 위험 평가 등이 포함되도록 했다. 한국 조선 역량을 활용하려는 기대와 함께 핵연료·비확산 문제를 둘러싼 미국 내 신중론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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