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도 강입니다"... 김성환 장관, 5대강 체계 전환 선언
[유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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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17일 전남 곡성군 소재 섬진강 침실습지를 찾아 습지 생태계 보전 현황을 점검했다. 사진은 김 장관이 생명의 나무 전망대에 올라 침실습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
| ⓒ 기후에너지환경부 |
여름철 본격적인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를 나흘 앞둔 지난 17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섬진강 유역을 방문해 이같이 선언했다. 이날 일정표만 놓고 보면 표면적으로는 상류 댐부터 하구까지 본류 전체 구간을 점검하는 현장 행보였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섬진강의 국가 관리 지위를 격상시키겠다는 강력한 '지배구조 개편' 의지가 깔려 있었다.
김 장관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기후부 주요 실·국장들을 함께 전북 임실 섬진강댐을 시작으로 남원 섬진강홍수통제출장소, 전남 곡성 침실습지, 섬진강·보성강 합류부, 구례 수달생태공원, 경남 하동 송림공원, 그리고 최하류인 전남 광양 배알도수변공원까지 222.14km에 달하는 섬진강 본류 전역을 샅샅이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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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17일 전북 남원시 소재 섬진강홍수통제출장소를 방문해 섬진강 하천관리 현황 및 홍수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다가올 장마철에 대비해 빈틈없는 대응체계 운영과 국민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
| ⓒ 유창재 |
김 장관은 문구를 직접 지적하며 "영산강홍수통제소에서 섬진강 홍수 관리에 최선을 다한다고 하면 섬진강 주변에 계신 분들은 이 표현을 들으면 마음이 좀 아프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섬진강이 겪어온 소외감을 장관이 직접 대변한 순간이었다.
섬진강은 영산강보다 수계가 약 100km나 더 긴데도,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서 배제된 이후 독립 유역이 아니라 영산강유역환경청 산하의 '출장소' 수준 관리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섬진강은 결코 작은 강이 아니다.
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이 문제를 고민해 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한민국의 강 체계를 5대강 체계로 바꾸고, 섬진강도 강답게 국가가 책임 있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면서, 국가가 체계적인 생태·수질·유량 관리를 전담할 독립 기구인 '섬진강유역청' 신설 방침을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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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17일 전북 임실군 소재 섬진강댐 전망대에서 섬진강댐 현황 및 ’26년 홍수기 댐 운영계획 등을 점검하고 있다. |
| ⓒ 기후에너지환경부 |
이날도 현장마다 주민들은 유역청 이야기를 꺼냈다. 인구 감소와 소멸의 시대, 공공기관 하나가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섬진강 연안 곳곳에 번져 있었다.
유역청 위치를 둘러싼 지자체 간 갈등 우려에 대해 김 장관은 '철저한 공정성'을 약속했다. 김 장관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유역청 신설안이 확정되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공정한 심사위원회를 통해 공모를 진행하겠다"며 "장관인 저는 선출 과정에 절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이미 여론이 형성된 만큼 불필요하게 길게 끌지 않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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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17일 전북 임실군 소재 섬진강댐 전망대에서 섬진강댐 현황 및 ’26년 홍수기 댐 운영계획 등을 점검하고 있다. |
| ⓒ 기후에너지환경부 |
이 때문에 하류 지역인 전남과 경남 지역은 늘 심각한 물 부족과 기수역 염해(소금기 피해)를 호소해 왔다. 김 장관 역시 "최초의 수량 배분 자체가 너무 불균등한 것이 현실"이라며 고민의 깊이를 드러냈다.
이어 김 장관은 조심스럽게 "원칙적으로는 하구 쪽으로 물의 양을 20만~30만 톤 정도 더 돌려주는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기왕에 물을 쓰던 전북 지역의 농사에 지장이 생기면 또 다른 불만이 생길 수 있으므로, 돌아가는 대로 전북 쪽에 어떤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촘촘하게 따져보고 맞춤형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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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17일 전남 곡성군 소재 섬진강 침실습지를 찾아 습지 생태계 보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
| ⓒ 기후에너지환경부 |
장관과 동행한 기자에게 섬진강 현장 가운데 으뜸을 꼽으라면, 단연 전남 곡성의 국가지정습지인 '침실습지'였다. 이곳은 섬진강 중·상류 자연형 하천습지다. 습지 한복판에 있는 '생명의 나무' 전망대에 오르자 강변 초원과 버드나무 군락이 펼쳐졌다. 우거진 수풀 사이에는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삵, 흰꼬리수리 등 665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숨 쉬는 거대한 '자연댐'을 마주하게 된다.
전망대에 올라선 김 장관이 아래를 한동안 내려다봤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강 중에서 생태적 보존이 제일 잘 되어 있고 가장 깨끗한 강이 섬진강입니다. 대한민국 생태 보전의 상징적인 강으로 잘 보존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뜻밖의 말을 덧붙였다.
"영산강보다 더 길고 수역이 넓은 섬진강을 과거 당시 4대강 사업에서 빼놓은 건 어쩌면 잘 된 일인지 모릅니다. 아니었으면 이 귀한 생태가 살아남았겠습니까. 그래서 지금부터는 살아있는 생태를 국가가 더 잘 관리해야 합니다."
비판이라기보다 역설이었다. 국가 관리의 주변부에 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자연성이 남았다는 인식. 그 자리에서 김 장관은 기후부 실무 담당자에게 새로운 지시도 내렸다.
"저희가 '5대강 사진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1회 사진전은 특별히 섬진강을 주 테마로 해서 크게 포상도 하고 추진하겠습니다."
발길을 옮긴 곳은 '퐁퐁다리'. 과거 주민들이 곡성 읍내로 가기 위한 다리다. 그 위에 서자 상판인 철판 구멍 사이로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가 한데 섞여 들려왔다. 왜 김 장관이 이곳에서 감탄하며 즉석에서 사진전을 제안했는지 단박에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안개와 노을, 습지와 강변 생태를 시민들이 직접 기록해 섬진강을 국민에게 다시 소개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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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환 기후부에너지환경부장관이 17일 전남 광양군 배알도수변공원에서 섬진강 하구 기수생태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
| ⓒ 유창재 |
자리를 옮겨 기자들과 앞에 선 김 장관에게 몇 가지 질문이 던져졌다. 오늘 섬진강에서 무엇을 봤느냐고. 그러자 그는 잠시 생각한 뒤 답했다.
"대한민국이 갖고 있지 않은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주민들이 생태계를 보존하면서도 소득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돌아가서 체계적인 대책을 만들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섬진강은 지금까지 '빠져 있었던 강'이었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 보인 것은 단순한 행정조직 신설 논의가 아니었다. 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홍수 대응 중심에서 생태 관리로, 개발 중심에서 공존으로, 4대강이라는 오래된 틀에서 5대강이라는 새로운 질서로.
다만 마지막 질문은 남는다. 국가가 섬진강을 5대강으로 격상하고, 유역청이 생기고, 물 배분이 조정되고, 생태 보전이 강화된다고 한들, 궁극적인 과제는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 강 곁에 살아갈 사람이 없다면 무엇이 남을까.
이날 장관이 방문한 섬진강 유역의 지자체들은 대부분 극심한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고육지책으로 '농어촌 기본소득'을 도입해 연명하는 곳도 있다. 지자체장들이 섬진강유역청 유치에 사활을 거는 애달픈 배경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살아갈 주민과 청년이 모두 떠나버린다면, 국가의 강 관리 체계 전환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섬진강을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강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5대강 체계 전환'이라는 거창한 구호 뒤에 숨겨진 진짜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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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전남 곡성군 소재 섬진강 침실습지에 있는 생명의 나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섬진강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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