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주권 흔들릴라"…유럽 각국 팔란티어 퇴출
英 NHS 계약 재검토·런던 경찰 계약 차단
AI 기술 부흥 속 '디지털 주권' 우려 확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이 정부 기관에서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를 퇴출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1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을 인용해 "프랑스 국내보안국(DGSI)이 데이터 처리 계약을 맺어온 팔란티어를 자국 기업 챕스비전으로 교체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 의존도가 커지면 데이터 주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이 맞물린 결과다.
프랑스는 자국 AI 개발과 연구 등에 6억 5500만유로(약 1조 1500억원)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이날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에 "국내보안국은 몇 년이 걸리더라도 팔란티어를 챕스비전으로 교체해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디지털 분야에서 전략적 의존은 용납할 수 없다"며 "진정한 자율성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팔란티어는 "지난해 말 프랑스 국내보안국과 계약을 연장했으며 그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총리실도 "챕스비전으로 완전히 교체하기 전까지는 역량 공백을 막기 위해 팔란티어 도구를 계속 쓸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의 이번 조치에 앞서 영국과 독일의 정부 기관들도 팔란티어와의 계약을 재검토하거나 종료하기로 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정치권 압력 속에 팔란티어와의 4억 4000만달러(약 6650억원) 규모의 데이터 처리 계약을 조기 종료할지 재검토하기로 했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도 5000만파운드(약 1000억원) 규모의 런던경찰청(메트로폴리탄) 계약을 막아섰고, 팔란티어는 칸 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예고하기도 했다. 칸 측은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비용 대비 가치에 따른 판단"이라고 밝혔다. 독일에서도 연방군이 군 클라우드·AI 사업에서 팔란티어 대신 유럽 대안을 택했고, 국내 정보기관 역시 챕스비전을 선택했다.
팔란티어는 이런 기류에 대해 "우리는 강력한 데이터 처리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라며 "정부 기관과 대기업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도록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미국 상무부가 자국 AI 기업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 미토스5·페이블5에 대한 해외 사용자의 접근을 끊으면서 'AI 주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언제든 핵심 기술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는 공포를 다시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토스5는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찾아내는 데 특히 뛰어나 미 당국과 일부 기업이 보안 강화에 활용해온 비공개 모델이며, 페이블5는 이를 기반으로 하되 사이버보안·생명공학 기능을 제한한 모델이다. 미국 정부는 페이블5의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기법을 인지한 뒤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에 대해 앤트로픽은 "오해라고 보며 접근을 조속히 복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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