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하는데 6억 이라니…집은 낡아가는데 비용부담에 언감생심[부메랑된 고밀아파트⑥]

정두환 2026. 6. 18.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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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허용 12년 지났지만 서울시내 허용 단지 4곳 불과
외곽지역 고밀아파트는 수익성 탓 리모델링 어려워

1990년대 중후반 도심지에 들어선 아파트들은 대부분 일반주거지역의 법적상한용적률 300%에 육박하거나 넘는 고밀 개발이 이뤄졌다. 이들 고밀 개발 단지들도 지은 지 30년 가까이 되면서 노후화에 따른 정비 압력이 커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들 단지의 선택지는 '리모델링'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1호 사례인 송파구 송파동 잠실 더샵 루벤'(왼쪽)과 오금동 옛 아남아파트 리모델링 단지인 '송파 더 플래티넘'. 자료=포스코이앤씨, 쌍용건설

리모델링으로 면적 또는 가구 수를 늘리기 위한 방법은 ▲수평 증축 ▲별동 증축 ▲수직 증축 등 세 가지다. 이중 수직 증축은 정부가 2014년 주택법 개정을 통해 허용했다.

수평 증축은 공용 부분인 복도 등을 활용해 세대 면적을 늘리는 방법이다. 각 동의 끝부분을 연장해서 가구 수를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소형 아파트의 경우 전면부가 좁아 개방감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별동 증축은 단지 내 부지를 활용해 별도로 건물을 지어 가구 수를 늘리는 방식이지만 이 역시 건폐율이 높고 부지가 협소한 소규모 단지에는 선택하기 어렵다. 수직증축은 기존 아파트의 리모델링 과정에서 층고를 높여 가구 수 증가를 꾀하는 방식이다.

"안전 확신 못 해"…높기만 한 수직증축 관문

송파 성지아파트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공사까지 마무리한 첫 사례다. 기존 지하 1~지상 15층이었던 이 아파트는 지난해 지하 3~지상 18층의 새 아파트로 탈바꿈했다. 이름도 '잠실 더샵 루벤'으로 바뀌었다. 리모델링으로 기존 298가구는 327가구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로얄'이 수직증축을 위한 핵심 관문인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기도 했다. 12~13층 208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수직증축을 통해 15층 237가구로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29가구의 가구수 증가분을 일반분양해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사례는 법 개정으로 수직증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성 검토 관문을 넘어선 건 한신로얄을 포함해 겨우 4곳에 불과하다.

수직증축 허가가 하늘의 별 따기인 것은 '안전 문제'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수직증축 전면 허용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2020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결과까지 보고받았다. 당시 건기연 측의 용역 결과는 수직증축을 전면 허용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토부는 수직증축 전면 허용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법으로는 수직증축을 허용했음에도 개별 단지별로 안전진단과 안전성검토를 실시해 결정하는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리모델링 추진 과정에서 수직증축을 위한 첫 관문인 안전진단과 안전성검토를 모두 통과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1차 진단에서 가능 판정을 받더라도 2차 검토 관문을 넘지 못하면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남구 개포동 성원대치2차다. 이 아파트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위해 조합을 설립한 것은 2008년이다. 하지만 안전성검토를 통과하지 못한 채 사업이 지연됐고 건축비까지 치솟으면서 사업은 표류했다. 결국 지난해엔 조합 해산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주민 갈등으로 송사까지 겪는 등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여 있다.

일반분양 쥐꼬리…치솟는 공사비에 부담 커져

관련 업계에선 리모델링의 수익성도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빠른 사업속도와 규제 부담이 적은 반면 일반분양 물량이 제한적이어서 수익성이 낮다. 또 건물 뼈대를 유지해야 하다 보니 철거에 어려움이 따르고 구조 보강 등 시공 난이도는 오히려 신축보다 높다.

앞서 서울시는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구로구 신도림동 우성1·2·3차, 송파구 문정동 문정시영, 강동구 길동 우성2차 등 7개 단지를 수직증축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한 바 있다. 현재 사업승인을 목전에 둔 곳은 신도림 우성1차 한 곳에 불과하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설계 자체가 어려운데다 철거와 시공 과정에서 정밀함을 요구한다"며 "단위 면적당 공사비가 오히려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증축을 통해 허용하는 일반분양 물량 역시 기존 가구수의 15% 이내로 제한돼 있다. 예컨대 300가구 규모 단지라면 아무리 용적률에 여유가 있더라도 건립 가능한 단지 규모는 345가구가 최대치다. 기존 조합원의 사업비 부담을 줄이려면 증가분의 일반분양을 통해 공사비 등을 충당해야 하지만 가구수 제한으로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치솟은 자재비·인건비 등에 따른 공사비 부담도 급격히 불었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3.3㎡당 400만~500만원 선이던 리모델링 건축비는 최근 1000만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리모델링을 마무리한 송파 오금아남(현 송파 더 플래니넘)의 경우 3.3㎡당 공사비가 500만원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재 이주가 이뤄지고 있는 강남구 청담동 청담건영의 경우 공사비는 1137만원에 달한다. 강남권 아파트의 고급화 추세를 염두에 두더라도 2배 이상 치솟은 금액이다.

불과 3~4년 사이 리모델링 과정에서 부담해야 할 가구당 분담금도 2억~3억원에서 5억~6억원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고밀 아파트는 현재로선 리모델링마저 대안이 되긴 어렵다"고 했다.

강남·용산만 수혜…경기도는 분당 외 착공 전무

이런 한계 때문에 리모델링 성공 사례는 서울 강남권과 용산구 등 인기 지역에 국한된다. 일반분양가를 높여 조합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준공 후 집값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반면 고밀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많은 외곽지역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서울 강서권의 한 아파트는 사업 성사를 목전에 두고 치솟은 조합원 부담금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을 벗어나면 사실상 리모델링은 재건축 대안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도내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공동주택은 총 49개 단지다. 가구수로는 5만296가구에 달한다. 추진 물량은 많지만, 이중 인허가를 마치고 실제 착공까지 이뤄진 사례는 단 3곳에 불과하다. 사업승인으로 대상을 넓혀도 11곳에 불과하다.

심지어 착공이 이뤄진 단지 3곳조차 모두 분당신도시에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1기 신도시 가운데 분당을 제외하면 사업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용적률이 300% 안팎인 고밀 단지는 사실상 선택지가 없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정두환 기자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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