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들렀다 올영 싹쓸이”…부산 서면 점령한 ‘대만 큰손들’ [르포]

“아내가 쓸 마스크팩과 자외선 차단제를 사러 왔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4시쯤 부산 번화가 서면에 있는 올리브영 매장에서 만난 대만인 린젠훙(42)은 “근처 병원에서 아내가 피부과 시술을 받았다. 잘 관리하려고 제품을 사러 온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시각 매장에 있던 손님 10여명은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부산에 여행 온 대만인들이었다. 매장 직원은 “외국인 손님이 많이 늘었는데, 대만에서 오는 분들이 가장 많은 것 같다”며 “이들은 대부분 원하는 제품 명칭과 사진을 스마트폰 사진으로 곧장 보여준다. 소통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대만 여행객이 외국인 관광ㆍ소비 증가 견인
17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64만3439명으로 2024년(292만9192명) 대비 24.4% 늘어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의 씀씀이도 커졌다. 부산연구원이 이달 발간한 ‘신용카드 빅데이터로 본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 소비행태’ 연구를 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은 부산에서 신용카드로 7809억원을 쓴 것으로 집계돼 2024년(5513억원) 대비 41.7% 뛰었다. 소비액은 BC카드와 제휴된 해외 카드사를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데이터를 근거로 부산연구원이 추산한 값이다.
이 연구에선 특히 대만에서 온 여행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을 찾은 대만 여행객은 2023년 25만7049명에서 지난해 68만7832명으로 2.7배 늘었다. 이들이 신용카드로 쓴 돈은 2983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전체 소비액의 38.7%에 달했다.
특히 대만 관광객은 미용·화장품·의료 등 뷰티·메디컬 연계 소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부산에서 대만 관광객을 모집하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뷰티 시술과 화장품 구매를 연계한 패키지 상품의 인기가 가장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리브영 매장은 이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힌다고 한다.
관광업계는 대만을 타겟팅한 프로모션 등 부산시와 업계의 관광객 유치 전략이 케이팝 등 한류 열풍과 시너지를 내며 대만 관광객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한다.
부산관광공사 조경식 매니저는 “2022년부터 타이베이ㆍ타이중ㆍ가오슝 등 대만 현지에서 관광 설명회 및 모객ㆍ영업을 하는 세일즈콜을 진행하는 등 공을 들였다”며 “대만은 소득 수준이 높은 데다 해외여행 수요도 활발한 시장이다. 부산 직항 노선 등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대만 시장을 공략하면 코로나19 기간 억눌렸던 관광 수요를 부산에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과거 ‘큰손’ 中 1인당 소비력은 떨어져
국적별로 보면 지난해 관광객 1인당 소비액이 높은 국가는 미국(48만7000원), 대만(43만4000원), 싱가포르(36만8000원)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온 관광객은 수는 비교적 적지만 주로 해운대 권역의 고급 호텔에서 숙박하며 백화점 중심 소비 패턴을 보여 1인당 씀씀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방문 규모 대비 소비력이 낮은 국가’로 분류한 건 중국이다. 지난해 부산에 온 중국 관광객은 56만1000명(전체 소비액 447억6000만원)이며 1인당 소비액은 8만원으로 집계됐다.
부산연구원 최정미 연구원은 “과거 중국 관광객이 ‘큰손’으로 인식되는 경향이었으나, 분석 결과 특히 건강식품 소비가 급감하며 소비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많은 수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보단 소비력 등을 바탕으로 지역 소비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국가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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