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희대 사퇴요구한 판사, 재판소원 앞세워 대법 판례 반기

최서인 2026. 6. 1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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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922단독 송승용 부장판사는 지난달 14일 오피스텔 분양을 둘러싸고 벌어진 납입금 반환 등 청구 소송 판결을 내리며 재판소원법 조항을 들어 “재판이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문에 썼다. 그림 챗GPT

하급심에서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판단을 내리며 재판소원법을 인용한 사례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22단독 송승용 부장판사는 지난달 14일 오피스텔 분양을 둘러싸고 벌어진 납입금 반환 등 청구 소송 판결을 내리며 재판소원법 조항을 들어 “재판이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문에 썼다.


1심 “대법 판례대로 계약서 해석하면 분양사 기본권 침해”


사건 원고인 30대 A씨는 2021년 6월 인천 부평구 인근 오피스텔 한 호실을 3억7300만원에 분양받았다. A씨는 오피스텔 거주자들은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 우선 입소권을 가질 수 없는데도 분양사가 허위 광고했다며 오피스텔을 분양한 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대단지 프리미엄’ 등 문구는 허위이므로, 분양 계약을 해제하고 분양대금 등 2억5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지난달 14일 분양 광고에 과장·허위가 없었다고 보고 A씨 패소 판결했다. 그러면서 약정해제권에 대한 대법원의 기존 판례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계약 해제 사유가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판례를 유지했는데, 1심 사건을 심리한 송 부장판사는 이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계약의 해지를 위해서는 위반 사항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한 것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 '사법개혁 3법'의 공포로 법 왜곡죄와 재판소원 제도 시행 첫날인 12일 전국 법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다. 법원장들은 이날 '사법제도 개편에 대한 후속 조치 방안' 및 '법 왜곡죄에 따른 형사법관 지원 방안' 두 안건을 놓고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6.3.12/뉴스1

당초 A씨가 맺은 분양계약서에는 분양사 측이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A씨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부평구청장은 2025년 4월 분양사에 분양 광고 속 교육환경보호구역 표기와 관련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A씨는 이 점을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송 부장판사는 이 시정명령을 이유로 계약을 깨기에는 사유가 지나치게 경미하다고 판단했다. 송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계약서를 있는 그대로만 해석해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해제한다면 분양사의 기본권을 침해하게 된다고 봤다.

지난 3월 시행된 재판소원법이 그 근거가 됐다. 송 부장판사는 “관련 대법원 판결과 같이 해석하면 피고들의 평등권, 영업의 자유,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 119조 1항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재판이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해서는 안 된다”며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68조 3항)을 인용했다.

법조계에서는 송 부장판사가 굳이 재판소원법을 근거로 삼은 배경에 의구심을 보였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소원법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상급심 판례에 반하는 판단을 할 수 있는데, 의도적으로 담은 문구로 보인다”고 했다. “헌재가 재판소원으로 대법원의 판례를 뒤집을 수 있게 일부러 써놓은 것 아니냐”(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란 분석도 있다.


판결문서 ‘재판소원법’ 인용…내부망에 “조희대 결자해지” 쓰기도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4월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송 부장판사는 지난 3월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사법부는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사퇴를 요구했던 법관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며 2020년 양 전 대법원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송 부장판사는 지난 4월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당시 법원 내에서는 “사법부의 안정을 바라는 다수 여론이 반영된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하급심에서 재판소원법을 인용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그 의미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헌재는 재판소원법 도입 당시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국민 기본권과 헌법적 가치를 더욱 충실하게 고려하게 되는 예방적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같은 관점에서는 이번 판결을 헌법적 관점에서의 견제 장치가 작동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의 부장판사는 “판사가 기존 판례의 타당성에 의문을 품고 이에 배치되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재판소원법과 무관하게 가능했고 실제로도 계속 있었다”며 “상급심 판단에 대한 도전은 법원의 본래 기능인 만큼 이를 재판소원법의 성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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