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 100일, ‘원청 사용자성’ 중노위 결정 쏟아진다
포스코·인천공항 초심 유지 ‘인정’
중노위 판정 나오면 교섭 착수해야
행정소송·쟁의 뒤따를 가능성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조법이 17일로 시행 100일을 맞으면서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인지에 관한 재심 판단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진짜 사장으로 인정된 기업들은 하청 노동자와의 교섭을 본격화하지만 교섭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파업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이날 기준 중앙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원청 사용자성 재심 사건은 27건이다. 지방노동위원회 판단에 불복한 원청 기업이나 노조는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지노위 판단 단계에서는 원청이 재심을 청구한다는 이유로 교섭 개시를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중노위 재심에서 진짜 사장이라고 인정되면 교섭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는 크게 늘었지만 실제 교섭에 들어간 경우는 극히 일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 시행일인 3월 10일부터 지난 5일까지 하청노조 1137곳이 원청 431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이 중 원청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곳은 81곳, 실제 교섭에 들어간 곳은 8곳에 불과하다.
교섭이 더딘 데에는 복잡한 절차도 영향을 미친다. 하청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후 다른 하청노조의 참여 신청을 받아 교섭요구 노조 확정 공고를 해야 한다. 창구단일화 절차도 거쳐야 한다. 원청이 교섭요구 사실 공고나 본교섭을 거부하면 노조는 노동위원회 판단을 받아야 해 교섭 개시까지 시간이 길어진다.
중노위는 지노위의 초심 판단을 뒤집거나 보완하며 원청 사용자성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4일 중흥건설·중흥토건 사건에서는 지노위 기각 결정을 뒤집고 타워크레인 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노조가 요구한 산업안전 의제와 관련해 원청 건설사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한다는 취지다. 한화오션 사건에서는 초심에서 판단이 유보됐던 급식업체 노조 웰리브지회에 대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이날 중노위는 포스코, 인천국제공항공사, 동희오토, 이화학당 등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초심을 모두 유지했다. 서로 다른 업종 사건에서 원청이 하청 노조의 진짜 사장이라는 판단을 잇따라 내놓은 것이다.
중노위 재심에 불복하는 원청들의 행정소송도 뒤따를 전망이다. 중노위 판정서를 송달받은 기업은 15일 안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중노위 판정 효력이 멈추는 건 아니어서 기업들은 교섭 절차와 동시에 법원에서 사용자성 판단을 다투는 이중 부담을 마주할 수 있다. 중노위 판정과 약 한 달 시차를 두고 판정문 작성과 송달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이르면 다음 달 중순부터 원청 사용자성 관련 행정소송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원·하청 교섭이 파업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중노위 판단에 따라 교섭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의제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쟁의행위로 번질 수 있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15일 총파업의 핵심 의제로 원·하청 교섭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중노위 재심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9일에는 고려아연과 극동건설, 23일에는 SK에코플랜트·현대엔지니어링·옥천군·보은군 사건 판정이 예정돼 있다. 24일에는 현대제철과 CJ대한통운, 26일에는 울산시 사건이 중노위 판단을 받는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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