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질적 도약 이룰 때

민태원 2026. 6. 1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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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살인’ ‘간병 파산’이라는 비극적인 단어가 우리 사회의 가슴 아픈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 속에서 가족의 간병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도입 10년을 넘어서며 국민의 큰 호응 속에 성장해 왔다. 사설 간병인을 고용할 때 한 달 수백만원에 달하던 간병비 부담을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획기적으로 낮췄고, 전문 의료진이 24시간 상주해 입원 서비스의 질을 높인 것은 분명한 성과다.

하지만 외형적 확장 이면에 자리 잡은 내실 부족의 한계는 여전히 뚜렷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전체 참여 대상 병상 중 실제 통합서비스를 운영 중인 병상은 34.4%에 불과하다. 병상 세 곳 중 두 곳은 여전히 사설 간병인이나 가족이 돌봄을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가장 높은 수준의 간호와 간병이 필요한 ‘중증 환자의 기피 현상’이다. 통합병동 내 중증도·간호 필요도가 상위에 해당하는 환자 비율은 13% 안팎에 그치고 있다. 제도가 환자 중심이 아닌, 병원이 관리하기 쉬운 경증 환자 위주로 채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병원 현장의 실태는 더 심각하다. 최근 시민단체 조사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과 지방의료원 중 중증·장애 환자가 제한 없이 통합병동을 이용할 수 있다고 답한 곳은 단 8%에 불과했다. 고관절 수술을 받아 이동 보조가 필수적이거나 치매·섬망 증상으로 집중 관찰이 필요한 고령 환자들은 “거동이 전혀 불가능한 분은 개인 간병인을 써야 한다”며 입원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간병 부담이 가장 무거운 취약 환자들이 오히려 제도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려받기’의 이면에는 열악한 인력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종합병원 기준 간호사 1명이 너무 많은 환자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낙상이나 욕창 등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중증 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란 현장 의료진에게 시한폭탄을 안고 근무하는 것과 다름없다. 여기에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인력 쏠림까지 더해졌다. 제도가 대형병원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지방병원의 간호 인력이 수도권으로 대거 이탈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지방의 중소병원들은 심각한 구인난에 허덕이며 통합서비스 진입 장벽조차 넘지 못해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든든한 사회 안전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과감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다행히 정부가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참여 병동 수 제한을 풀고 중증 환자 전담 병실을 확대하는 등 제도적 보완에 나섰지만 보다 근본적인 유인책이 따라야 한다. 환자의 중증도와 연계해 보상 수가 체계를 세분화하고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 행위별 수가제는 중증 환자를 돌볼수록 병원의 재정 및 인력 부담만 가중시킨다. 중증 환자 수용 비율에 따라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를 추가 배치할 수 있는 재정적 여건을 만들어줘야 병원이 스스로 문턱을 낮추게 될 것이다. 지방 중소병원에 대한 맞춤형 인력 수급 대책도 시급하다. 지역 거점병원들이 인력난으로 제도를 포기하지 않도록 ‘지역 수가 가산제’를 도입하고 대체 간호사 제도를 활성화해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현장에서 돌봄의 실무를 가장 가까이서 분담하는 간호조무사와 병동 지원 인력의 배치를 현실화해야 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단순히 ‘보호자 없는 병실’이라는 양적 지표를 채우는 것에 머물러선 안 된다. 이제는 필요한 사람에게 제때 도달하는 질적 도약을 이뤄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지혜를 모아 사각지대를 메우고 내실을 다질 때 비로소 간병 비극이 없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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