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1표, 노무현의 꿈”…與 전대판 변수된 정통성 논쟁

정청래 대표의 연임 도전 여부로 긴장감이 높아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때 아닌 정통성 논쟁이 점화되고 있다. 최근 정 대표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자주 호명하자 해석이 분분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 대표는 1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는 전당대회는) 1인1표제로 시행되는 첫 전당대회”라며 “1인1표제가 시행되면 정당 민주와 정당 개혁의 깃발을 올린 노무현의 꿈도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당 중앙위원회에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의 역사를 자양분 삼아 이재명의 역사를 꽃피워야 한다”고 언급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정 대표는 본회의 일정으로 취소되기는 했지만 지난 11일에도 봉하마을 참배와 문 전 대통령 예방을 계획했었고, 지난 13일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위패가 있는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를 비공개로 방문했다.
6·3 선거 기간 동안 “이재명 대통령” 언급에 집중했던 정 대표가 전당대회 국면을 맞아 전직 대통령 정신을 다시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 대표는 올들어 신년 인사(1월)와 중수청·공소청법 통과 보고(3월)를 위해 문 전 대통령을 두 번 찾아갔고, 지난달 23일 노 전 대통령 17주기 행사장에서 문 전 대통령과 조우했지만 최근들어 더욱 도드라지게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언급을 늘려가고 있다.
친명계 재선 의원은 17일 통화에서 “정 대표가 노사모 활동 경력을 내세워 자신은 당의 주류인 노무현·문재인의 적통임을 강조하는 한편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내내 비주류 취급을 받았다는 것을 부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김민석 국무총리가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과정에서 정몽준을 지지했던 일을 수면 위로 끌어내 친노·친문 지지 당원을 자신 쪽으로 규합하려는 것”이라는 의심도 내비쳤다.

한편에선 “정청래는 적통이 맞느냐”는 날 선 반응도 나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말기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 청와대와 갈등을 빚던 당시 정 의장의 가장 측근이 정청래 대표였다”고 했다. 친명계 수도권 의원은 “민주당에 노사모 안 한 사람 몇이나 되느냐”며 “정 대표가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무슨 직이라도 맡았던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정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인 김민석 총리는 자신이 이재명 정부의 계승자이자, 과거 ‘DJ 적자’ 출신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 17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기로 준공식을 찾아 “지금부터 딱 30년 전 대통령 당선되기 직전의 김대중 후보를 모시고 포스코 포항을 처음 찾았던 사진을 제가 선물로 받았다”며 “이재명 대통령께서 당선되기 전에 국립묘지에 박태준 회장의 묘역을 함께 찾았던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지난 3월 김대중 정치학교 축사에서 “김대중이 없었으면 노무현이 없었고, 문재인이 없었고, 이재명이 없었다”고도 했다.
명·청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아직 특정 후보에게 쏠리지 않은 ‘친문 표심’에 예비 주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시각이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 국회에 입성한 ‘탄돌이’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져 온 전통적인 친노·친문 당원층의 영향력을 간과하기 어렵다”(공희준 정치컨설턴트)는 것이다. 전직 의원은 “정청래·김민석 둘 다 의원 지지세가 강하지 않고, 그간의 정치 행적으로 공격받은 경험도 있다”며 “그래서 더욱 친노·친문들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는 17일 오전 최고위에서 “일부 언론에서 친청(친정청래)파가 어떻고, 친석(친김민석)파가 어떻고 저도 알 수 없는 악의적 갈라치기에 골몰하고 있다”며 “굳이 구분하면 (저는) 당원파이고 개혁파”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친문 성향 유튜버 김어준씨가 “민주당에는 친청과 친석이 있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이를 두고 김 총리 지지 의사를 밝힌 수도권 친명계 의원은 “대통령이 누구와 일하겠다는 메세지를 선명히 했으니 김 총리를 돕는 거지, 친석이 어디있느냐”고 했다. 청와대는 18일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이 대통령 환영 행사에 김 총리와 정 대표를 비롯한 당정 인사가 모두 참석한다고 예고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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