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향한 한국은행의 경고…“성과급이 물가 끌어올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IT 대기업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일부 기업에 집중된 고액 성과급이 전체 임금 상승률을 끌어올리고, 다른 업종의 임금 인상 요구까지 자극하면서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17일 발표한 ‘일부 IT업종 임금 상승의 물가 파급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최근 IT 부문 성과급 지급은 과거에 비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큰 규모의 특별급여가 일부 사업체에 집중적으로 지급될 경우 물가 상방 압력이 유의하게 커진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명목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3.4% 상승했다. 이 가운데 IT 부문 성과급이 끌어올린 비중은 1.3%포인트로 집계됐다. 전체 임금 상승분의 3분의 1가량이 반도체·IT 대기업의 고액 성과급 지급에서 비롯된 셈이다.

한은은 이 같은 기여도가 2012년부터 2025년까지의 임금 분포 기준으로 상위 3%에 해당하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초에는 IT 업종의 상여금 기여도가 과거 기준 상위 1%를 넘어서는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특정 업종의 성과급 인상이 해당 기업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은은 IT 기업 성과급이 크게 오르면 다른 산업의 정액급여도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IT 기업 성과급의 명목임금 기여도가 상위 10% 수준으로 높을 경우, 다른 산업의 정액급여는 0.02%포인트에서 최대 0.3%포인트까지 오르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다른 업종 근로자들이 IT 대기업의 임금 수준을 임금 협상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전반적인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작년 일부 기업이 도입한 성과연동형 보상체계가 다른 IT 기업으로 확산됐고, 최근에는 비IT 부문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며 “준거임금의 상향 조정이 확산되면서 경제 전반의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임금 상승은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은 업계 상위 1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업체 비중이 늘어날 경우 소비자물가가 약 5개월 뒤 0.05%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평균적인 수준의 성과급 지급 사업체가 늘어나는 경우에는 소비자물가가 유의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전 산업의 특별급여가 동일하게 10% 증가하더라도 평균적인 수준의 상승은 물가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일부 업종에 집중될 경우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IT 부문의 특별급여 증가가 다른 산업으로 얼마나 확산되는지, 또 정액급여 인상으로 이어지는지 산업별 임금 동향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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