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탓에 배움 포기 않길” 아흔 할머니가 폐지 줍는 이유 [아살세]

한명오 2026. 6. 1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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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장학증서 수여하는 박순덕 할머니. 정읍시 제공


굽은 허리로 거리의 폐지와 빈 깡통을 주워 모은 돈. 누군가에게는 푼돈일지 모를 그 꼬깃꼬깃한 돈이 모이고 모여 아이들의 꿈을 밝히는 환한 등불이 됐다.

평생의 아쉬움을 후배들을 위한 내리사랑으로 승화시킨 할머니의 나눔이 각박한 세상에 따뜻한 울림을 주고 있다.

17일 전북 정읍시에 따르면 울산에 거주하는 박순덕(90) 할머니는 지난 15일 고향인 정읍시 칠보행복이음센터를 직접 찾아 학생 29명에게 총 125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칠보면 수청리가 고향인 박 할머니는 19살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야 했다. 먹고살기 바빴던 시절, 가난한 형편 탓에 학업을 중단하고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고통은 평생 가슴 한편에 맺힌 아쉬움으로 남았다. ‘내 고향 후배들만큼은 돈이 없어 공부를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은 할머니의 굳은 결심이 됐다.

장학금을 기탁한 박순덕 할머니. 정읍시 제공


할머니는 수십년 전부터 묵묵히 거리에서 폐지와 깡통을 수거해왔다. 고된 노동 속에서도 억척스럽게 모은 돈은 오롯이 고향 아이들에게로 향했다. 2021년부터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나눔은 지금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총 2억4350만원이라는 놀라운 기적으로 이어졌다.

이날 고향 학생들을 직접 마주한 박 할머니는 “고향 학생들을 직접 만나 장학증서를 전달할 수 있어 매우 뜻깊다”며 “공부하고 싶었던 마음을 다 이루지 못했던 만큼 학생들이 꿈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길 바란다”고 애틋한 진심을 전했다.

안용운 칠보면장 역시 “매년 잊지 않고 고향 후배들을 위해 큰 나눔을 실천해 주시는 박 여사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여사님의 소중한 뜻이 우리 학생들에게 잘 전달돼 지역사회를 이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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