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시간제 근로자 27%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

장재완 2026. 6. 17. 13:5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카이스트유니온, 시간제 위촉직 실태조사 발표... 노조 "14시간 쪼개기 계약, 기간제법 회피 꼼수"

[장재완 기자]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카이스트유니온지부가 발표한 'KAIST 시간제 위촉직 근무 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 내용 중 응답자 시간제 근로자 37명의 주당 근로시간 분포.
ⓒ 카이스트유니온지부
KAIST가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계약을 활용해 기간제법상 무기계약직 전환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는 노동조합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부 노동자는 계약서상 주 14시간 근무자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주 50시간까지 일한 사례도 확인돼, 노조는 "합법을 가장한 노동 착취"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카이스트유니온 지부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5일 발표한 'KAIST 시간제 위촉직 근무 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를 근거로 "KAIST가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의 법적 사각지대를 악용해 기간제법을 조직적으로 회피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정부가 지난 4월 28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에 맞춰 KAIST 위촉직 노동자의 근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대상은 KAIST 위촉직 근로자였으며, 지난 5월 19일부터 6월 1일까지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자는 총 108명으로, 전일제 71명, 시간제 37명이 참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제 응답자 37명 가운데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자는 10명, 27.0%였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정확히 주 14시간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가 기간제법상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고, 퇴직금과 일부 사회보험 의무 적용에서도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4시간'이라는 계약시간 자체가 제도의 경계선을 의식한 설계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초단시간 계약의 사유를 묻는 문항에서도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다. 시간제 응답자 37명 중 14명, 37.8%가 초단시간 계약의 주된 사유로 '기간제 근로 제한, 최대 2년 계약과 관련이 있어서'를 선택했다. 반면 '특정 시간대만 인력이 필요해서'라는 응답은 2명에 그쳤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다수 응답자가 자신의 고용 형태가 업무 특성이 아니라 기관·연구실의 운영 편의, 즉 2년 제한 회피에 의해 결정됐다고 체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상시 업무인데 초단시간 계약... 실제 근무시간과 큰 괴리"

계약상 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의 차이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시간제 응답자 37명 중 10명, 27.0%가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과 실제 근무시간이 다르다"고 답했다.

보고서에는 주 14시간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는 주 28시간, 20시간, 18시간을 일했다는 사례가 포함됐다. 특히 한 연구행정 업무 응답자는 주 14시간 계약에도 실제 근로시간은 주 50시간이라고 답했다. 이는 계약시간의 3.5배가 넘고, 법정 기준근로시간인 주 40시간도 초과하는 수준이다.

해당 응답자는 "초단시간근로계약이므로 업무량이 많다고 해도 전일제 수준의 급여를 받을 수 없으며, 시간제 특성상 해당 시간만 근무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또 "업무량이 전일제 수준 그 이상이기 때문에 계약된 시간만 근무해서는 업무를 마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다른 응답자도 "임금과 계약의 편의를 위해 주 14시간 미만 근로자를 고용해 놓고 업무량은 다른 직원들과 동일하다"며 "해당 업무를 다 하기 위해 퇴근 후 업무가 지속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답했다.

시간제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실제로는 상시·지속 업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제 응답자 37명 중 32명, 86.5%가 자신의 업무를 '기관 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업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다수가 연구행정과 일반행정 업무를 맡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뒷받침한다.

'1년 강제 공백'·'차명 계약' 정황도

노조는 KAIST가 2년 초과 근무 시 무기계약직으로 간주되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퇴직 후 1년 내 재취업 제한' 규정을 활용해 인위적인 고용 단절을 만들어 왔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년 공백 후 동일 직무·자리로 재계약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0명이었다. 한 응답자는 공백 발생 사유를 "1년의 강제 공백기 이후 재입사"라고 설명했고, 다른 응답자는 "취업규칙에 의해 2년 이상 근무할 수 없어서"라고 답했다.

더 심각한 것은 차명 계약 정황이다. '1년간 업무 공백이 불가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근로계약을 한 경우가 있다'는 문항에 4명이 '예'라고 답했다. 자유응답에서도 "비효율적으로 1년 쉬었다가 업무 감이 떨어져 돌아오거나, 차명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진술이 나왔다.

보고서는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해 "업무는 상시·지속적이고 실제 근로는 계약시간을 크게 초과하는데도, 무기전환과 기간제 보호를 피하기 위해 초단시간 계약, 1년 강제 공백, 차명 계약, 시간제 공고 등이 동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으로는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정이 가장 많이 꼽혔다. 시간제 응답자 37명 중 22명이 낮은 임금을, 21명이 고용 불안정을 애로사항으로 선택했다. 복리후생 제한 15명, 경력 인정 어려움 11명도 뒤를 이었다.

노조 "상시·지속 업무 즉각 무기계약직 전환해야"

서성원 카이스트유니온 지부장은 "국제적인 교육·연구기관을 자처하는 KAIST의 화려한 성과 뒤에는 법의 허점을 쪼개고 늘리며 노동자의 권리를 깎아내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업무는 상시·지속적인데 계약서 숫자만 14시간으로 맞춰놓고 50시간의 노동을 시키는 행위는 명백한 탈법이자 노동 착취"라며 "비용 절감과 정원 관리라는 관료적 편의를 위해 노동자의 삶을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구조적 위법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카이스트유니온은 KAIST에 연구행정 등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초단시간·반복 계약을 즉각 중단하고, 원칙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또 실근무 시간이 계약시간을 초과하는 위법적 행태를 전수조사하고, 근로기준법에 맞게 계약시간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경력 단절과 편법을 양산하는 '퇴직 후 1년 재취업 제한' 규정을 완화 또는 폐지하고, 차명 계약 등 편법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4대 보험과 퇴직금, 건강검진을 전면 적용해 고용 불안정과 복리후생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놨다.

노조는 정부와 국회에도 즉각적인 실태조사와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다만 시간제 응답자가 37명으로 전체 시간제 위촉직 추정 인원 약 200명에 비해 표본이 작아 전체 집단으로 일반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응답 집단에서 기간제법 회피 정황이 여러 유형으로 일관되게 확인된 만큼, KAIST 차원의 구조적 점검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