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보상 검사 줄이고, 저보상 필수의료 살린다”…연 2조원 절감 기대
CT·MRI 검사 건강보험 수가 하향 조정
소아·모자의료 보상 확대…지역·필수의료 보상 강화

다만 의료계에서는 상대가치 조정만으로는 현장의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필수의료에 투입되는 전체 보상 규모를 확대하고, 의료기관 종별 환산지수의 불균형을 개선하는 한편 응급환자의 최종 치료까지 이어지는 진료체계 전반을 함께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공청회’를 열고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은 건강보험 재정을 지역·필수의료 중심으로 재배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비수도권과 의료취약지,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대신 과도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는 검사 분야 수가는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의료기관 검체 검사의 비용 대비 수익은 평균 약 190%, CT·MRI 검사는 평균 약 200% 수준으로 조사됐다. 반면 수술은 105.7%, 입원은 57.3%, 마취는 75.1%, 재활은 62%, 진찰은 70.7%에 그쳤다. 일부 필수진료 수가는 실제 의료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정부는 검체검사와 CT·MRI 검사의 수가를 인하해 비용 대비 수익 비율을 150%까지 낮춘다. 2년 뒤인 2028년에는 2단계로 비용 대비 수익을 110% 수준으로 인하하고 균형 수가로 조정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1단계 조정으로 연간 2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검사 빈도가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2단계까지 조정하면 연간 절감액은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확보한 재원은 지역·필수의료 보상 강화에 활용한다. 중증 수술과 마취 수가를 높이고, 같은 수술이라도 야간·휴일이나 응급 상황에서 시행하면 더 많은 보상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우대 수가도 단계적으로 늘린다. 비수도권과 수도권 내 의료취약지에 우대 수가를 적용하는 원칙을 마련해 지역 의료기관의 운영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소아·모자의료 보상도 확대한다. 일차진료부터 중증 소아 수술·처치까지 수가를 높이고, 소아 가산이 적용되는 연령 기준도 확대한다. 고위험 분만과 신생아 치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모자의료센터 기능 개편과 연계한 수가 지원도 추진한다. 제왕절개 고위험 분만에 대한 가산 수가는 새로 마련한다.
진찰료 체계도 손본다. 정부는 20여 년간 동결된 진찰료 수준을 인상하고, 3분 안팎의 짧은 진료를 충분한 상담과 진찰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심층 상담·진찰 보상을 강화한다. 수술이나 치료 이후 회복기 재활부터 퇴원 후 재택치료까지 연계할 수 있도록 재활치료 분야의 보상도 확대한다.
검사의 질 관리도 강화한다. 검체검사 위·수탁 수가를 신설해 분리 지급하고, CT·MRI 등 특수의료장비는 성능과 품질에 따라 등급화 한다. 낮은 등급의 장비에는 수가를 감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환자가 일정 수준을 넘겨 CT·MRI 검사를 받는 경우 연간 건강보험 적용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유정민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기울어진 수가 구조로 인해 의료공급체계가 필수의료보다 검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필요 이상의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며 “정부는 진료 항목 간 보상 수준을 균형 있게 조정하고, 건강보험이 지역·필수의료에 보다 과감하게 보상하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도록 수가체계를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혁신방안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이달 말 최종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정책 방향은 공감…의료기관 종별 과잉보상 우려
의료계에선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특정 의료 영역이나 의료기관 종별로 또 다른 과잉 보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진식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은 “중증·응급의료의 장기적인 저보상 체계를 개선하고, 지역·취약지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성에는 동감한다”면서도 “저보상 체계를 극복하려면 상대가치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보상의 파이가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종별 환산지수의 격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같은 상대가치의 행위를 제공하더라도 병원과 한방병원의 환산지수는 거의 25% 차이가 난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치를 아무리 조정해도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남는다”면서 “환산지수 문제와 비급여 보상체계 개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완충할 수 있는 체계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조원영 대한내과의사회 총무이사는 “의료비를 단순히 절감해야 할 비용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며 검체·영상검사의 보상을 축소하는 과정에서도 이들 검사가 진료의 연장선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총무이사는 “검체검사와 영상검사가 과보상됐다는 평가가 있지만, 과거처럼 청진기만으로 진료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검체검사와 영상검사도 진료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진찰료와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비용 대비 수익을 기반으로 과도하게 보상된 검사 진료비를 연간 약 2조원 이상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며 “건강보험 수가 혁신은 환자들이 의료진과 충분히 소통하며 어디서든 제때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지역 의료현장과 필수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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