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광고판서 사라진 日…빈자리 채운 건 본선 진출 못한 中

유성운 2026. 6. 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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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일본 기업은 왜 월드컵 광고판에서 사라졌는지 분석한 아사히신문. 이날 온라인판 톱기사로 내걸었다. 아사히신문 온라인 캡쳐

한때 월드컵 경기장 광고판은 일본 기업들의 전시장이었다. 소니, 도시바, JVC, 후지필름, 세이코 등의 로고가 전 세계 중계 화면에 반복해서 비쳤다. 1980~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산 TV와 비디오, 카메라, 시계가 세계 시장을 휩쓸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의 광고판에서는 더이상 일본 기업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한국의 현대차, 중국의 레노버, 중동의 아람코 등이다.

아사히신문은 17일 ‘왜 일본 기업 ‘제로’? 월드컵 스폰서-한때 단골이던 기업들이 물러난 4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몇 가지 요인을 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전자업계의 변화다. 소니, 도시바 등 한 때 세계 시장을 주름잡았던 일본 기업들은 TV, 오디오 등 가전제품 분야를 대폭 축소하고 인프라·부품·시스템 쪽으로 무게 중심을 바꿨다,

2002·2006년 월드컵에서 스폰서였던 도시바가 대표적이다. 도시바는 가전 부문을 2010년대 중국 기업 하이센스에 매각하고, 지금은 송배전 설비와 사회 인프라를 중심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즉, 주요 고객이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 국제기구, 정부가 된 셈이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광고의 중요성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환율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엔화 약세가 진행되면서 미국 달러 기준으로 산정되는 스폰서 비용의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버블 붕괴와 리먼 쇼크 등을 겪으며 침체가 이어진 일본 경제는 예전같지 않다. 아사히는 “효율을 중시하는 현실 노선이 강해지면서, 비용 대비 효과가 확실하지 않은 사업에 거액을 투입하지 않게 됐다”는 오이 요시히로(大井義洋) 와세다대 교수의 설명을 덧붙였다.

여기에 한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여타 아시아 기업들의 약진도 광고판 경쟁에 끼어들기 주저하게 된 요인이다. 특히 중국은 이번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지도 못했지만, 중국 기업은 레노버, 하이센스, 멍뉴 등 3곳이나 글로벌 파트너·스폰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중국 기업으로선 인지도를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는 “(월드컵은) 개발도상국부터 선진국까지 폭넓은 계층에서 압도적인 인기가 있다. 홍보 효과는 올림픽이나 다른 스포츠 이벤트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일본 전자업체 관계자의 멘트를 소개했다.

다만, 일본 기업이 월드컵에서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과거엔 광고판이었다면, 이제는 기술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때 월드컵의 단골 광고주였던 소니는 자회사 ‘호크아이 이노베이션스’를 설립해 축구 경기의 비디오판독(VAR), 심판 판정 자동화 등을 진행하고 있다. 소니는 2024년 호크아이 이노베이션스, 국제축구연맹, FIFA와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이번 월드컵 비디오판독에도소니의 호크아이를 활용하고 있다.

도쿄=유성운 특파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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