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많이 올랐는데 번 만큼 세금 내야"…코스피 1만 위한 과제는[코스피 1만시대]④

조슬기나 2026. 6. 1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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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본 韓증시 업그레이드 과제
"거래세 폐지하고 금투세 도입해야"
인센티브 필요…배당소득 분리과세 속도 내야
편집자주
불과 1년 전 코스피 5000도 먼 얘기처럼 들리던 한국증시가 이제는 '1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정부 주도의 자본시장 체질 개선 노력이 맞물린 결과다. 글로벌 반도체주 조정 우려가 커진 가운데 본지는 총 5회에 걸쳐 해외 투자자와 국내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코스피 1만 시대'의 과제를 짚어본다. 해외 투자자 시각에서 진단한 한국 증시의 현주소부터 국내 증권가 전망, 남은 과제까지 한국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꼬리표를 떼고 구조적 리레이팅(re-rating)에 성공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①[인터뷰]"전 세계 AI 관련주 중 가장 싼 건 삼전·하이닉스"
②[인터뷰] "1만피 시대 핵심은 ROE 개선"
③"올해 1만피 가능" 국내 증권사 센터장들이 본 코스피
④"장기투자 유도하려면 결국 세제…금투세 재논의 필요"
⑤MSCI 선진지수 편입될까…남은 韓증시 업그레이드 과제는

한국 증시가 단기 매매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은 코스피 1만 시대를 앞둔 현시점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급등세마저 소수 종목에 집중되면서 단기 거래를 한층 부추기는 구조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우리 증시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장기투자를 유도할 세제 개편이 필수적이며, 앞서 폐기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경제가 인터뷰한 복수의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국 증시의 체질 개선을 위해 기업의 배당성향과 주주환원율을 높이고 장기투자를 유도할 세제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답변했다.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장 강력한 건 세금으로 유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금투세 재논의 필요성 제기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한 과제는 금투세 도입 여부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발생한 순이익에 과세하는 제도로, 2020년 법제화됐으나 증시 침체 우려와 '개미 증세' 논란 속에 시행이 유예됐고 2024년 결국 폐지됐었다.

전문가들은 금투세 폐지 논의가 이뤄졌던 시기와 현재의 증시 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재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미국 등보다 주가도 낮고 자본시장이 침체됐는데 금투세까지 도입되면 다 외국으로 자금이 이동한다는 게 (폐지)이유였다"며 "지금은 주가가 많이 올라서 더이상 유보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금투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주가 향방과는 상관없이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또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봐도 대만을 제외하고 (주요국에) 거의 다 금투세같은 제도가 있다"고 도입 주장에 힘을 실었다.

특히 금투세 찬성론자들은 현재의 증권거래세 중심 과세 체계를 투자수익 중심 체계로 전환할 경우 단기 매매를 줄이고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앞서 금투세 도입이 추진되던 당시에도 전제 조건이 바로 '거래세의 단계적 인하 및 폐지'였다. 국제적으로도 대다수 국가는 거래세가 아닌 양도차익 과세(Capital gains tax) 중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수익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을 매도할 때마다 부과되는 거래세는 시장 유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지목돼왔다.

"상당수 개미 세부담 줄인다" vs "장기투자인센티브 먼저 도입 후 천천히"

앞서 금투세 폐지 당시 제기됐던 투자자들의 우려와 달리 금투세가 반드시 '개미 증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반박도 확인된다. 금융투자 상품 간 손익을 합산하는 '손익통산'과 손실이월공제 도입을 통해 투자 손실을 보다 폭넓게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기본공제와 거래세 인하·폐지가 병행될 경우 상당수 개인투자자의 세 부담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 교수는 "요즘처럼 개미가 활발히 거래하는 상황에서는 1년에 한 번 10억원 차익 실현하는 부자보다 단타로 샀다 팔았다 하는 개미가 세금을 더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임기 첫해 자본시장 활성화를 공적으로 꼽는 이재명 정부가 자칫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과세 카드를 꺼내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국내 증시가 개인 머니무브를 통해 상승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는 국면에서 과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면 이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며 "거래세 폐지와 금투세 도입을 패키지로 논의하되, 과세이연 혜택 등 장기투자 인센티브 설계를 충분히 담보한 뒤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진단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투심에 미칠 여파를 언급하며 "금투세 과세 대상이더라도 보유기간에 따라 양도 차익의 일정 비율을 공제해 주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건은 도입 시 공제 한도와 세율, 과세 체계다. 홍 교수는 "단기 목적과 장기 목적에 따라서 세율을 달리해야 한다"며 "도입 초기 단계에는 공제한도를 5000만~9000만원 사이로 조금 더 높여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금투세 과세 시 손실이월공제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기존에는 최대 5년간 손실을 이월공제하겠다고 했으나, 최소 10~20년이 필요하다. 이론상으로는 손실이 난 만큼, 무제한으로 해야 한다"면서 "소득이 났을 때만 과세하고 이후 손실이 났을 때 제한적으로 한다고 하면 조세 저항이 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과세를 언급하며 "금투세 과세가 이뤄져야 가상자산과세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상증세 개편도 과제

이와 함께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속증여세 개편 역시 장기투자 문화 정착을 위한 주요 세제 개편 과제로 꼽힌다. 이 교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하다가 잠잠한데 이게 가장 중요하다. 빨리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증세 개편도 필요하다"며 "업종 평균보다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인 상장사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양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장기투자자들에 대한 세액공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한도 확대 등 파격적인 세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기업에 법인세 세액공제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도만큼 중요한 것은 기업이 장기 보유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안정적인 배당정책, 예측 가능한 자사주 소각, 주주와의 소통 강화가 장기투자 기반을 넓히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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