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종전 초안 보니…원유 판매 허용·3000억달러 재건펀드 포함(종합)
30일 이내 호르무즈 통행량 정상화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 여전히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종전 합의 대가로 이란에 즉각적인 원유 수출 허용, 3000억달러(약 454조원) 규모 재건 펀드, 동결 자산 해제 등 대규모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와 핵무기 포기를 끌어내기 위한 승부수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란에 과도한 양보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미국은 MOU 서명 직후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수출에 대한 제재 면제(waiver)를 발급할 예정이다. 면제 범위에는 은행 결제, 운송, 보험 등 관련 서비스도 포함된다.
미국은 지난 4월부터 해상 봉쇄를 통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사실상 차단해왔다. 이란산 원유 제재 해제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이란에 제공하는 첫 실질적 경제 혜택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WSJ에 "이란이 원유 판매를 통해 선제적으로 숨통을 틀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제재 완화는 이란의 실제 이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핵심 조건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과 핵 프로그램 제한이 제시됐다.
실제 MOU 초안에는 미국이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양국이 30일 이내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란 역시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오가는 상선 운항 정상화를 보장해야 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경제 지원 규모다. 초안에 따르면 미국과 중동 지역 파트너들은 최소 3000억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경제개발 계획을 수립한다. 또한 미국은 현재 제재로 묶여 있는 이란 자산을 단계적으로 풀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동결 자산 해제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초안은 관련 자금이 "완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제된다"고 명시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담지 않았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이란이 합의 의무를 이행해야만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핵심 조건은 ▲핵무기 영구 포기 ▲농축 핵물질 무력화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 보장 등이다.

합의 초안에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궁극적으로 종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은 향후 2개월 내 최종 합의가 타결되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련 조치, 미국의 1·2차 제재를 모두 종료하는 일정을 협의하기로 했다. 또 최종 합의 체결 후 30일 이내 중동 주변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핵심 쟁점인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 방식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초안은 "농축 물질의 운명과 기타 핵 관련 사안은 최종 합의에서 다뤄질 것"이라고만 적었다.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니키 헤일리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란이 승리한 것"이라며 "첫날부터 제재 완화는 있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동 전쟁 종식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안길 수 있지만 동시에 "이란에 지나치게 많은 경제적 보상을 제공했다"는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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