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맞아 진화하는 유병자보험
가입 문턱 낮추고 개인별 맞춤 설계
고혈압·치매까지…특화 보장 경쟁
초고령사회 진입과 만성질환자 증가로 유병자보험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병력이 있는 개인의 가입 문턱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건강 상태와 질환 이력에 따라 보험료 및 보장을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보험사들은 맞춤형 심사 체계와 고혈압·치매·간병 등 특화 보장을 앞세워 유병자보험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보생명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보험료를 설계할 수 있는 '교보K-맞춤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일반심사와 간편심사를 하나로 결합한 복합심사 구조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유병자보험이 주계약과 모든 특약을 간편심사 기준으로만 가입해야 해 질환과 무관한 보장까지 보험료가 일괄 할증되는 한계를 보완했다. 교보생명은 이를 통해 고객이 불필요한 보험료 부담을 줄이면서 필요한 보장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악사손해보험도 만성질환자를 겨냥해 유병자보험 시장 공략에 나섰다. 'AXA간편종합보험'은 고혈압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주요 심뇌혈관질환의 진단·입원·수술 과정을 폭넓게 보장한다. 고혈압은 국내 성인에게 흔한 만성질환이지만 관리가 늦어질 경우 뇌출혈·뇌졸중·급성심근경색 등 중증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치료 단계별 보장 수요가 크다. 이 상품은 3가지 질문만으로 가입할 수 있는 간편 고지 방식을 적용해 유병자와 고령층이 복잡한 절차 없이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치매·간병 영역에서도 유병자보험이 고도화하고 있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달 '하나더넥스트 간편 치매간병보험'을 출시하고 유병자와 과거 질병 이력이 있는 고객의 가입 문턱을 낮췄다. 기존에는 최근 5년 이내 입원·수술 여부 등을 확인했다면 이 상품은 확인 기간을 2년 이내로 줄이고 병력 확인 항목도 일부 주요 질환 중심으로 단순화했다. 이처럼 가입 기준은 완화했지만 보장 내용은 기존 치매간병보험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치매 진단, 치료, 간병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보장한다.
유병자보험 상품 구조가 다양해진 배경에는 고령 유병자의 보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있다. 과거에는 건강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일반 보험 중심 시장만 형성돼 있어 일정 기간 내 입원·수술·질병 진단 이력이 있는 고령 유병자의 보험 가입이 어려웠다. 그러나 2012년 유병자보험 도입 이후 인수심사 조건별로 청약서가 세분화되고 유병자에 대한 요율 차등화가 가능해지면서 고령 유병자의 보험 접근성이 높아졌다.
앞으로도 보험사들은 단순히 가입 심사를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질환별 위험도를 반영해 보장 공백을 줄이는 상품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건강 상태를 이유로 보험에서 소외되는 고객을 줄이는 것이 업계의 중요한 과제"라며 "고령층과 만성질환자의 보험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개인별 건강 상태에 맞춘 보장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상품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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