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나온 공포체험 성지…“새벽마다 불빛” 주민들은 떤다[영상]

최종권 2026. 6. 1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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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 동량면에 있는 한 폐리조트가 철근과 내부 시설이 뜯겨져 흉물처럼 방치돼 있다. 이 사진은 관계자 동의를 얻어 촬영했다. 최종권 기자


유리창 깨지고, 철근 뜯겨…유튜버 등 막무가내 출입


지난 16일 오전 충북 충주시 동량면 하천리에 있는 한 폐리조트. 큰 도로에서 수풀이 우거진 산길을 얼마 오르자 대형 건물이 흉물처럼 서 있었다. 외벽이 뜯겨 나간 것은 물론 원통형 건물의 유리창이 상당수 깨져 있었다. 추락을 막는 계단 난간도 없는 곳이 많았다. 헌 이불과 침대 매트리스·의자·빈 상자·커다란 곰인형 등 누군가 왔다 간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보였다. 스프레이 낙서도 곳곳에 있었다.
이 건물 20층 옥상에선 이틀 전 30대 남성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3시쯤 이곳에 공포 체험을 온 A씨 등 20대 대학생 4명이 시신을 발견해 신고했다. 현장에선 “다리를 다쳐서 취업이 어렵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상태로 미뤄볼 때 남성이 사나흘 전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며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시 동량면에 있는 폐리조트가 철근과 내부 시설이 뜯겨져 흉물처럼 방치돼 있다. 이 사진은 관계자 동의를 얻어 촬영했다. 최종권 기자


영업중단 후 15년 방치…공포체험 성지


이 폐리조트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공포 체험 성지로 소개되며 최근엔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남성 시신을 발견한 A씨 등도 호기심에 이 건물에 올랐다. 높은 건물을 배경으로 드론 촬영 연습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건물 주변엔 2m 높이 철제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었다. 하지만 출입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곳은 강제로 벌린 흔적이 보였고, 울타리를 넘을 때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사다리가 있었다. 한 주민은 “주말·평일 할 것 없이 새벽 3~4시에 건물 상층부에서 플래시 빛이 보일 때가 많다”며 “건물에 객실이 많아 안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난간이 뜯어지거나, 외벽이 뚫린 곳이 많아 추락 사고도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이 리조트는 1992년 준공 승인이 난 뒤 소유주와 영업 주체가 여러 차례 바뀌며 2011년까지는 운영됐다. 콘도미니엄 건물로 20층에 연면적은 2만3522㎡다. 객실은 270여개에 달한다. 개장 초기 청소년 수련 숙박과 대학생 MT, 직장인 연수 시설로 인기를 끌었다. 이곳에 식자재를 납품했었다는 이모(68)씨는 “2월~10월까지 청소년 숙박 인원만 4~5만명에 달할 정도로 전국에서 찾는 명소였다”며 “어쩌다 애물단지 신세가 됐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시 동량면에 있는 폐리조트 1층 내부엔 매트리스와 인형이 놓여있다. 이 사진은 관계자 동의를 얻어 촬영했다. 최종권 기자


공매 불발, 철거비만 50억원…애물단지 신세


충주시와 마을 주민 말을 종합하면 해당 리조트는 운영 주체 간 갈등, 임금체불, 수익성 악화 등 어려움을 겪으며 15년 전 영업이 중단됐다. 이후 시설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건물은 방치됐다. 4층~19층 객실을 공동으로 분양받아 등기에 기재된 사람만 1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이 건물에 185억원가량의 압류 및 저당권이 설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재민 충주시 지방세징수팀장은 “영업 중단 이후 재산세 등 미납한 지방세도 21억원이다. 이 중 16억원은 결손 처리한 상태”라고 했다.

시는 밀린 세금을 받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의뢰해 2020년 10월 해당 리조트에 대한 공매를 개시했다. 공매가는 최초 29억원이었으나, 18차례 유찰된 끝에 2021년 9월엔 3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 팀장은 “다시 공매를 개시한다고 해도 건물을 살 사람이 없을 것 같다”며 “몇 해 전 철근·스테인리스 등 돈이 될 만한 시설을 몰래 뜯어간 일도 있었다. 수백명에 달하는 이해관계인과 50억원으로 추산되는 철거비도 처분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 같다”고 설명했다.

충북 충주시 동량면에 있는 폐리조트에 설치한 울타리가 뜯겨져 있다. 이 사진은 관계자 동의를 얻어 촬영했다. 최종권 기자


주민들 “근처 산책도 못 가…CCTV 달아 달라”


인근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유모(65)씨는 “폐리조트가 우범지대처럼 변해 근처 산길도 다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형 하천리 이장은 “공포체험을 한다고 오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며 “관계 당국이 폐리조트 근처에 폐쇄회로TV(CCTV) 다는 등 강력한 조처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사유지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4년 전 울타리를 설치하고, 경고문도 붙였다”며 “카메라를 달려면 수백명에 달하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진입로와 땅이 사유지라 추가 시설을 설치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충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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