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땐 20%, 통원은 45%…페이백 병원·암환자 기이한 거래

정종훈, 채혜선 2026. 6. 1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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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원의 병실이 환자 없이 비어있다. 중앙포토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 “××보험사 등 몇 군데는 단속이 좀 나오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가입하신 ○○보험사는 아니라서 괜찮아요.” " 지난달 중순 광주광역시 A한방병원. 기자와 동행한 암환자가 상담실장에게 입원 후 외출 여부를 확인하자 돌아온 답이다. 그는 “(보험사 조사 시) 위치추적 때문에 환자 대부분이 병실에 휴대폰을 두고 나간다. 예를 들어 입원한 상태로 나주에 가는 경우엔 전화기 두 개를 쓰곤 한다”고 설명했다.

암환자에게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받도록 하는 대신, 상당액의 현금을 돌려주는 일부 요양·한방병원의 불법 ‘페이백’은 일반적인 병원과 다른 풍경을 빚어낸다. 중앙일보 취재팀이 지난달 “페이백을 제공한다”는 광주·전남의 요양·한방병원 등을 돌아보니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른 암 치료보다는 이익 극대화, 관리 부실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들 병원이 환자가 낸 치료비에서 돌려주는 비율은 20~40%로 다양했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는 “열악한 여건의 병원일수록 페이백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재팀이 방문한 페이백 병원 대부분은 비어 있는 입원실이 있었다. 환자를 위한 운동기구가 거의 없거나, 병실 시설 등이 노후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병원들이 페이백으로 돌려줘야 할 돈이 수백만원 단위다. 그래서 환자에게 제공하는 비급여 치료의 비용도 부풀리곤 한다. 병원과 환자의 ‘거래’ 끝에 일부러 비급여 항목을 추가하거나, 의학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치료를 제공하면서 매출을 늘린다. 광주의 B요양병원 관계자는 “입원하면 머리 두피를 감겨주는 것, (원적외선 열을 주입하는) 주열이나 피부 치료 등도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전남의 한 한방병원에 입원한 60대 암환자는 “(원발) 암이 2개 발생한 환자가 실손 입원비 한도 2억원을 소진하려고 월 1500만원씩 비급여를 받는 경우도 봤다”며 “비용을 높이려고 면역증강제, 고주파 온열치료에 상황버섯을 내세운 면역보조제 등을 다 썼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통원비 페이백’까지 이뤄진다. 입원 한도 소진 후 실손보험금 지급이 안 되는 면책 기간에 통원치료로 돌리는 식이다. 광주의 한 병원은 “통원치료 기간에 병원에 계속 머무르면 (치료비의) 20%, 집과 병원을 왔다갔다 하면 45%까지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광주의 한 페이백 병원은 서울의 암 치료 병원에 가려는 환자에게 “여분의 휴대폰만 병실에 두고, 퇴원 처리 없이 1박2일로 다녀오면 된다”고 말했다. 입원 상담 시엔 “일반 요양병원보다 식사가 잘 나오진 않는다”면서 “부족하면 근처 수퍼마켓에서 야채·과일 등을 사서 먹으면 된다”고 안내했다.

이러한 암 요양·한방병원의 페이백 천태만상이 드러나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X(옛 트위터) 글을 통해 “시정조치해야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암 치료·회복의 영역을 한참 벗어난 ‘보험 빼먹기’를 근절하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근무한 조병기 변호사는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나 주가조작 사건에서 내부고발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페이백도 내부 직원이나 환자의 신고를 유도할 포상금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전문위원은 “최근엔 페이백을 제공하는 병원장이 환자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수법이 진화하면서 적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의 철저한 단속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목포=정종훈·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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