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무료 통항 60일뿐, 이후엔 수수료”… 호르무즈 불씨 여전
3000억 달러 달하는 이란 재건비
美, 동맹국에 청구서 내밀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를 전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통행료 없이 개방된다고 밝혔지만 이란은 60일 협상 기간 후에는 수수료 명목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이란 재건 비용도 걸프국, 한국, 일본 등의 민간기업을 통해 조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란 전쟁이 초래한 비용을 세계가 나눠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통항료(tolls)는 없을 것이지만 수수료(fees)는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며 “이란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는 확실치 않지만 전쟁 전에는 수수료가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통항료를 부과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는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해상 서비스 관리가 이란과 오만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도했다. MOU 체결 후 60일 동안만 무료 통항을 허용하고 이후 서비스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이 염두에 두는 방식은 튀르키예 보스포루스·다르다넬스 해협처럼 선박 통과 시 요금을 부담시키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해당 해협은 1936년 ‘몽트뢰 협정’을 통해 등대 사용료, 구난 서비스, 보건·위생 검사 등 명목으로 현재 선박 1t당 5.83달러의 요금이 책정돼 있다. 다만 보스포루스·다르다넬스 해협이 한 국가 내에서 통제되는 것과 달리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에 걸쳐 있어 이란 입장에선 오만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밖에 30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이란 재건 비용 부담 문제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이란이 협상 과정에서 대(對)이란 제재 완화와 3000억 달러 규모의 재건기금 조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도 MOU 초안에 미국과 동맹들이 이란에 3000억 달러의 재건기금을 제공하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FT는 관계자를 인용해 “유럽과 아시아, 한국, 일본은 물론 미국 기업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중동에서의 전쟁 이후 비용을 인근 국가 및 동맹에 전가한 전례가 있다.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 보고서 등에 따르면 미국은 1990~1991년 걸프전 비용 610억 달러 중 540억 달러 정도를 다른 국가에 부담시켰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168억 달러) 쿠웨이트(160억 달러) 아랍에미리트(UAE·40억 달러) 일본(100억 달러) 독일(65억 달러) 한국(3.5억 달러) 등에 비용이 할당됐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3월 30일 브리핑에서 기자가 ‘걸프전에서 아랍 국가 등이 전쟁 비용을 부담한 것이 이란 전쟁에도 적용되는지’ 묻자 “대통령보다 앞서가고 싶진 않지만 제가 알기론 대통령이 가진 아이디어”라고 답했다.
다만 이 같은 구상은 향후 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MOU에 60일간의 호르무즈 무료 통항이 명시됐다면서도 이후에는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J D 밴스 미 부통령은 재건 기금과 관련해 CBS에 “그들(이란)이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기만 한다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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