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칼날 피하자… 동전주들 너도나도 주식병합
대부분 시가총액 유지 요건 못 맞춰

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 요건 강화가 다음 달로 다가오면서 ‘동전주’를 중심으로 주식병합결정 공시가 급증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일단 상폐를 회피하려는 자구책이다. 하지만 시가총액 유지 요건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이날까지 주식병합결정을 공시한 기업은 총 197곳에 이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6건, 코스닥에서는 161건이었다. 지난해 주식병합결정 공시가 총 17건(유가증권시장 2건, 코스닥 15건)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급증했다.
주식병합은 주가가 낮은 기업들이 동전주를 벗어나기 위해 쓰는 대표적 방법이다. 주식을 합치면 주식 수가 줄어서 주가는 올라 보이지만 본질적 가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최근 늘어난 주식병합결정 공시 주체도 대부분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들이다. 주식병합으로 1주당 100~500원 수준이던 주식을 합쳐 주가를 1000원 이상으로 변경했다.
이같은 무더기 주식병합은 곧 다가올 상장폐지 칼날을 피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이 다음 달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실기업에는 빠르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동전주도 즉각 퇴출 대상에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완전자본잠식 요건도 사업연도 말 기준에서 반기 기준으로 확대되고, 공시 위반 요건도 최근 1년간 벌점 누적 15점에서 10점으로 강화된다.
시장에서는 동전주들이 표면상 주가를 끌어올려도 사실상 시총 요건을 맞추기가 더 까다로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달 주식병합을 결정한 코스닥 기업 21곳 가운데 6곳이 시가총액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기업들도 200억원을 가까스로 유지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증시 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시가총액 기준은 대폭 상향된다.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이미 150억원까지 높아졌다. 다음 달부터는 200억원으로 다시 상향되고, 내년 1월에는 300억원까지 늘어난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다음 달부터 300억원, 내년 1월에는 500억원으로 껑충 뛴다.
내년이면 시총 조건도 더 높아지는 만큼 실질적인 기업가치 증대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껍데기만 바꾸는 착시 효과로는 어렵게 끌어올린 주가도 유지하기 어렵다”며 “펀더멘털 개선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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