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당 2000원 꺾이나…“전쟁 이전 수준 어려울 수도”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빨리 오르고, 내려갈 때는 천천히 내려가는 국내 기름값이 이번엔 다를까.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국제유가가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배럴당 83달러대로 내려앉았다. 두 달째 L당 2000원 안팎에 머물고 있는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내려갈 것이란 기대가 번지고 있다. 다만 기름값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환율과 정부의 석유류 최고가격제도 변수다.
15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83.2달러에 팔렸다. 전 거래일보다 4.9% 하락한 값이다.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4.8% 내린 배럴당 80.7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이란 전쟁 개전 초기였던 3월 10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아직 큰 변동이 없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공개된 16일 오후 4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2009.14원이다. 4월 18일 이후 두 달 가까이 2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이 2~3주 이상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 탓이다. 높은 환율(낮은 원화 가치)도 부담이다. 원유는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고환율이 이어지면 국제유가 하락분을 상쇄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선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휘발유 가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본다. 최고가격은 지난 3월 27일 이후 4차례 동결되며 휘발유 L당 1934원, 경유 1923원으로 묶여 있다.
고환율 기간이 변수…“유가 하락 더딜 것”
19일 0시부터 적용되는 7차 최고가격이 국제 석유제품 가격 하락을 반영해 낮아질 경우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시차를 두고 내려갈 수 있다. 다만 석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겠다고 했지만, 정확한 기준 등이 아직 나오지 않아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종전 합의 소식에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그리고 있지만, 전쟁 이전 가격을 회복하기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동 지역 생산 시설이 복구되고 호르무즈 해협 물동량이 정상화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각국의 비축유 방출이 끝나고 있는 데다, 그동안 소진된 비축유 재고를 채우는 수요도 유가 하락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나증권 전규연 연구원은 “중동 원유 공급이 정상화되는 데까지도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하반기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 속도는 더딜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다음 달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20% 이상 인하된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편도 기준 4만6400원~34만4000원으로 책정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유류할증료를 낮춘다.
세종=안효성 기자, 오효정·박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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